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금요칼럼]박용옥/새 안보팀, 同盟 중시하라

입력 | 2003-02-27 18:03:00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했다. 최근 동아일보사 의뢰로 실시한 코리아리서치센터(KRC)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4%가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잘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 대다수가 새 정부에 대해 갖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조사결과에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국민인식의 이중구조다. 국민은 새 정부에 대해 주로 서민중심 정치, 부정부패 척결, 지역갈등 해소, 재벌개혁 등 국내정치, 사회적 개혁 분야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개혁과정에서 수반될 정치 사회 경제적 불안정과 함께 대미관계 악화, 한반도 긴장 고조 가능성 등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先평화 後통일 원칙 천명을▼

문제는 국민의 대내적 기대사항과 대외적 우려사항이 현실적으로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핵과 관련한 북-미관계, 역내 주요 국가들간의 상호관계, 미국의 반테러전쟁 및 대이라크 군사작전의 향배와 이에 따른 세계질서의 재편 가능성 등 어느 하나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지나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의 국제정세는 노 대통령에게 통일 외교 안보 분야에서의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첫째, 통일정책과 관련하여 새 정부는 ‘선(先) 평화, 후(後) 통일’ 원칙과 철학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평화정착 단계를 거치지 않는 통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 돼야 한다.

반면에 북한의 통일정책은 시종일관 ‘선 통일, 후 평화’이다. ‘평화’를 ‘통일’의 종속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남북간의 이런 상반되는 통일추진 개념이 모호하게 혼합되거나 병행 주장되는 경향이 나타날 때 우리 사회는 심각한 국론분열 현상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북한의 ‘공산주의 독재체제’는 평화적이든 적대적이든 공존할 수는 있어도 결코 체제상의 절충이나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둘째,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새 정부는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 민족공조’는 우리의 ‘한미 동맹공조’ 원칙과 양립될 수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해 줄 필요가 있다. 북한은 1월 서울에서 열린 9차 남북장관급회담 첫 전체회의에서 ‘민족공조’로 미국의 북한 핵 포기 압력에 함께 대항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은 용인될 수 없으며,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함을 분명히 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미국 일본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새 정부가 이처럼 점차 노골화돼 가는 북한의 한미 이간 책동에 미리 쐐기를 박아두는 것은 앞으로의 남북대화나 국제 공조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안보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비동맹(nonalignment), 중립주의(neutralism), 국제법적 개념의 중립(neutrality) 등과 같은 불개입 또는 모호한 중간 입장을 취할 위치에 있지 않다. 이는 북한 핵, 이라크 무장해제 등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모든 국제안보 현안에 해당된다. 특히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북-미간의 ‘중재자(mediator)’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제3자가 아니라 바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안보 외교 통일 정책의 핵심 축으로 한미 동맹관계를 확고히 견지하는 한, 앞으로도 ‘중용(中庸)의 도’를 구하는 지혜는 필요할 수 있으나 중립주의, 중립 또는 중재자적 입장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중립’은 안돼▼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그의 ‘군주론’에서 당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립’을 택하려는 우유부단한 군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그대의 친구가 아닌 자는 그대의 중립을 요구할 것이며, 그대의 친구는 그대의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중립의 결과는 쓰라린 고통뿐일 것”이라고.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객원논설위원 yongok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