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당!”, “으앙∼”.
최근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 집에서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어른 침대에서 놀고 있던 승민이가 뒤집기를 시도하다가 그만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침대 옆의 조명에 머리를 한번 ‘꽝’ 부딪친 후 바닥에 또 한번 찧었다. 놀란 승민이는 처음에는 정신 없이 울기만 하더니 꼭 안아주면서 진정을 시키자 이번에는 다친 머리가 아픈지 서럽게 흐느꼈다.
며칠 전 승민이가 뒤집기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설마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사고가 그렇듯 사고는 방심한 사이에 순식간에 일어났다.
승민이는 급속하게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행동이 빨라지는 데 반해 우리는 이제껏 안전에 대해선 무심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앞으로 사고예방을 위해 승민이의 침대생활을 청산시키고 방바닥으로 거처를 옮겨주기로 결정했다. 또 승민이 손이 닿을 만한 주변의 위험한 물건 모두 치웠다. 흔히 아기에게 신경 써야 할 물건으로는 담배꽁초, 전기밥솥, 비상약 등이 있다. 아기는 담배를 몇 개비만 먹어도 니코틴 때문에 치사량에 이를 수 있다.
아기는 전기밥솥과 같은 뜨거운 곳에 손을 대도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기 때문에 피하지 못해 큰 화상을 입기 마련이다. 약도 무조건 입에 넣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정량 이상 먹으면 간이나 신장에 손상을 주기 때문. 이때는 빨리 전문의에게 찾아가는 것이 좋다.
보행기는 가급적 태우지 않기로 했다. 아기가 보행기를 타면 손닿는 높이가 높아져 화장대, 식탁까지 습격해 자칫 다칠 우려가 많다. 또 아기가 보행기를 타다가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거나 옷걸이 등에 부딪쳐 다치기도 한다. 최근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도 보행기 사용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
무릇 모든 사고가 그렇듯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아기를 돌보는 동안에는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만이 최선의 예방책인 것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