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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후각중추, 뇌의 0.1% 불과

입력 | 2003-03-02 18:05:00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후각 기능에 관한 한 부끄러운 수준이다.

개는 인간보다 ‘티올’이라는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는 능력이 2000배, ‘낙산’이라는 물질의 냄새를 맡는 능력은 1000만배 이상 발달해 있다.

인간의 후각은 개뿐 아니라 대부분의 포유류나 파충류보다 못하다.

이처럼 동물들마다 후각 기능이 다른 이유는 생존 전략으로서의 후각 기능의 중요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는 지표에서 높은 곳에서 날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에 냄새 맡기가 별로 중요치 않다. 따라서 그들은 후각기관을 퇴화시키고 대신 시각기관을 발달시켰다. 인간 역시 진화과정 중 서서 걸어 다녔기에 후각이 퇴화했다.

후각 정보는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가 측두엽의 안쪽에 위치한 후각 중추에 도달한다.

우리 뇌의 후각 중추는 후각 기능이 시원찮은 동물답게 아주 작다. 뇌 전체의 불과 0.1%밖에 안 된다.

후각 중추는 감정의 뇌인 변연계(가장자리계)의 일부이다. 감정이 논리에 비해 정밀하지 못한 것처럼,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후각 역시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정밀하지 못하다.

또 후각은 왼쪽 뇌의 언어 중추와는 별로 연관이 없으므로 언어로 묘사하기 힘들다. 우리는 피부에 가해지는 감각에 대해 따끔따끔하다, 간지럽다, 부드럽다 등으로 묘사한다. 시각적 자극에 대해서는 푸르둥둥하다, 발갛다, 누리끼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냄새는 그럴 수 없다. 물론 김치찌개 냄새, 돼지 삼겹살 냄새 같은 표현은 사용되지만 이런 냄새를 단어를 사용해서 분석해 묘사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케인이란 학자는 피검자의 눈을 가린 채로 어떤 냄새를 맡게 한 뒤 시간이 지나 다시 냄새를 맡게 하면서 같은 냄새가 나면 알려 달라고 했다.

그 결과 동일한 냄새를 가장 잘 인지하는 시간은 대략 12초가 지나서였다. 그런데 20%의 사람은 주지도 않은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이처럼 후각은 뭔가 좀 모자란, 느림보 감각이다. 하지만 일단 우리의 뇌 속에 단단히 기억되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것은 후각기능의 진화론적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사슴은 사자의 냄새를 공포감과 함께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한편 이 세상 어느 민족이나 여성의 후각은 남성보다 뛰어나다. 따라서 현명한 남편은 음식이 상했는지를 아내가 판단하도록 내버려둔다.

김종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