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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인명진/北核 막아야 전쟁위기 막는다

입력 | 2003-03-02 19:08:00


3·1절 84주년을 맞아 같은 날 같은 서울에서 서로 다른 목적과 내용의 기념행사들이 열려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행사들을 주최한 보수와 진보 진영간에는 시국관이 다르고, 문제의식도 다르며 해결방법도 다르다. 국민은 무엇이 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 있다. 당사자인 우리는 무감각하지만 외국에서는 한반도 안보를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위기에 관한 국론이 엇갈려 특히 걱정스럽다.

과연 한반도 전쟁 위기의 책임이 미국과 북한 어디에 있는가. 물론 결론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먼저 그 빌미를 준 쪽은 북한이란 사실이다.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빌미가 되어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북한 정권은 주민의 의식주도 해결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수많은 탈북자들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 이 비참한 상황을 만든 김정일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 정권이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려면 백성들이 먹고 살 정도로는 해주어야 한다. 그 정도도 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해 우리나라 젊은이들 중 일부가 연민의 정을 갖고 지지하거나 이해하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앞에 놓인 엄혹한 현실은 미국이 절대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입장은 아주 철저하다. 반면 북한도 핵무기를 반드시 갖겠다는 결심이 서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우리의 두려움이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섣불리 감행하지 못한다면 그 가장 큰 이유는 휴전선에 있는 미군 때문일 것이다. 경기 동두천을 중심으로 3만7000명의 주한 미2사단 병력이 주둔해 있다. 최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94년 한반도에 똑같은 핵 위기가 있었을 때 전쟁 발발 시 한 달 안에 50만명의 민간인과 5만명의 미군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당시 빌 클린턴 미 행정부는 미군을 위해서만 5만개의 블랙백(시신 처리용 주머니)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 때문에 북한을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이런 미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면서 감축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쟁 위기를 높인다는 얘기다.

지금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결과가 어떨 것인지 생각하고서 그런 주장을 펼쳐야 한다. 전쟁이 나면 한반도는 초토화될 것이고, 핵 전쟁의 결과로 한반도는 후손조차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전쟁을 막는 길은 북한이 국제사회 앞에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이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핵무기 개발 포기를 강력히 요구해야 하며, 이 일에 국민적 합일을 이뤄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균형 감각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민족의 공존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민족 앞에 다가오는 전쟁과 시대의 징조를 분간하지 못하고 감상적 민족주의로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읽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나라의 독립과 보전을 위해 온 몸으로 항거했던 선열들의 뜻을 따르는 길이다.

인명진 서울 갈릴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