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여러 도서관에서 우리 잡지를 한 권씩만 구독해 준다면 중국에서 조선족의 얼과 한글을 지킬 수 있을텐데….”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판 순수 문학잡지인 ‘연변문학’ 김삼(金森·37·사진) 사장은 요즘 대전과 서울 등을 오가며 이 잡지의 폐간을 막기 위해 각계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대전 배재대와의 교류 협력 등을 위해 지난달 25일 내한했다.
1951년 창간된 이 잡지는 중국의 정치적 변혁기마다 정·폐간과 복간을 거듭하며 이번 달로 504호가 발행되는 전통있는 월간 문학지. 중국 동포 작가 600여명이 이 잡지를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이 잡지가 제정한 ‘천지문학상(윤동주문학상의 전신)’은 중국 동포 문학상 가운데 가장 권위가 있으며 이 잡지는 중국 56개 소수 민족이 발행하는 잡지 가운데 최우수 잡지상을 여러 번 수상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 동포들이 한글을 배우고 민족의 얼을 간직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 잡지사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설상가상으로 구독률도 크게 줄어 경영난에 봉착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폐간까지 각오해야 할 형편이 됐다. 중국 동포들도 조선족 학교보다는 중국어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늘어 이 잡지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현재 중국의 동포 문인과 학교 교사 등을 중심으로 유료 구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잡지 경영난을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다. 이 잡지는 3000여부가 발간되고 있으나 절반가량이 증정본이다.
이달 중순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인 김 사장은 “국내 도서관이나 독지가들이 자료적인 가치를 인정해 구독해 주거나 항공사 등이 광고를 게재해 주면 잡지가 회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연락처 017-708-8188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