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경찰청장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적법 절차를 무시한 인사 발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로 최기문(崔圻文) 경찰대학장을 지명했으며 최 청장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절차는 경찰법 제3장(경찰청) 11조 ‘경찰청장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경찰청장 임명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경찰위원회를 거쳐 청장을 임명토록 한 것은 1991년 경찰조직이 과거의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격상되면서 인사, 행정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명문화된 것이다.
이날 경찰위원회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위원회측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위원회 관계자는 “이는 관련 규정을 몰랐거나 무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측이 비록 ‘후보자’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것이지 위원회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4일 오후 2시반에 경찰위원회를 열어 최기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수석은 또 “경찰위원회에서 동의를 받으려면 먼저 후보가 결정돼야 하므로 오늘 내정 상태로 발표했다”며 “청와대 발표문에서도 경찰청장은 후보자로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위원회의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측의 설명은 법 취지를 무시하고 법조문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법 취지는 경찰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얻어 경찰청장을 임명(지명)하는 것이므로 이번 지명절차로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화를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위원회의 존립 근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공웅(崔公雄·변호사) 경찰위원장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경찰청장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경찰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위원 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찰 인사, 행정, 경찰청장 임명시 동의 등 주요 사안은 과반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