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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울산 원칙없는 문화재 지정 논란

입력 | 2003-03-04 21:56:00


울산시가 아파트 건설사에 매각돼 크게 훼손된 유적지를 뒤늦게 문화재로 지정키로 하는가 하면 보존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국내 최고(最古)의 소나무는 문화재 지정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4일 동구 일산동의 풍어제인 ‘당제(堂祭)’를 무형문화재로, 삼한시대부터 철광석을 생산했던 북구 달천동 ‘달천철장’을 기념물로 지정하는 등 총 7건의 문화 유적지를 시 문화재로 지정키로 했다.

시는 다음달 4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6일 지정대상 문화재를 공고한다.

그러나 시는 달천철장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방치하다가 지난해 철장부지가 포함된 부지 전체가 서울의 S종합건설에 팔려 아파트 건립부지로 편입된 뒤에야 문화재 지정을 추진, 늦장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달천철장의 경우 2001년 10월 일본 히로시마(廣島)대학 고고학 연구실의 다다라연구회 시오미히로시 회장이 울산시장에게 “달천 철광산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고대국가 형성기의 철의 생산과 유통을 고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적”이라며 ‘보존요망서’를 보내오는 등 그동안 학계의 보존요구가 높았다.

또 북구 강동동 장명골 조개화석도 2001년 1월 도로공사 도중 발견돼 학계의 조사결과 약 6000만∼6500만년 전 신생대 3기 마이오세(世)때 형성된 것으로 판명됐으나 시는 그동안 방치해왔다.

이 때문에 태풍과 홍수 등으로 계곡 밖으로 드러난 화석 대부분이 유실된데다 절벽에서 떨어져나온 화석은 하천바닥에 나뒹구는 등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 시는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1993년 아파트 건립도중 발굴된 북구 중산동 고분군은 현재 농경지로 사용되면서 원형을 잃었다.

하지만 북구 강동동 활만송(活萬松)은 수령이 600년으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과 함께 국내 최고령 소나무인 것으로 밝혀져 학계와 문화계의 보존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시는 이번에 지정대상에서 제외했다.

시는 “이번에 지정키로 한 문화재는 사유지이거나 학계의 고증이 늦어 그동안 문화재 지정이 보류됐다”며 “활만송은 현재 ‘보호수’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 지정 대상에는 제외됐지만 별도의 보존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