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투기들이 2일 동해 상공을 비행 중이던 미군 정찰기를 상대로 ‘위협 비행’을 한 과정은 자칫 양측의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산에서 240㎞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찰 활동을 벌이던 미 정찰기 RC-135에 북한의 미그 29기 2대와 미그 23기 2대 등 4대의 전투기가 15m까지 접근했다.
공군 관계자들은 적기가 이처럼 가까이 따라붙는 것은 ‘단순 위협’이 아니라 여차하면 공중 충돌까지 각오한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한 관계자는 “통상 영공을 침범한 적기에 대해 차단 기동을 실시할 경우에도 100∼200m 이내로 접근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더구나 공해상에서 15m까지 접근한 것은 양측이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 전투기중 한 대가 화기 지원 레이더로 미 정찰기를 조준한 것은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극단적인 적대 행위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 정찰기를 위협한 4대의 미그 29기와 23기들은 북한이 보유 중인 최신예 전투기라는 점도 위협 강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이번 위협은 지난달 20일 미그 19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지난달 24일 개량형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발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이번 위협은 이달중 실시하는 한미연합 전시증원훈련(RSOI)과 독수리연습(야외기동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측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북한 핵 시설 선제공격설 등에 대해 강도 높은 군사적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에 대해 일련의 무력 시위를 벌였던 북한이 이번에는 전투기를 동원한 ‘모험적인 도발’을 감행했다는 설명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군 정찰기인 RC-135는 북한의 또 다른 지대함 미사일 발사와 대포동 2호 탄도 미사일의 시험 발사, 영변의 핵 시설 재가동 등을 감시하기 위해 매일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기지를 이륙해 원산 인근 상공에서 정찰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충돌로 인한 교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전투기들을 미 정찰기에 이처럼 가까이 접근시킨 것은 북한 최고위층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미국이 이라크전에 집중하는 틈을 이용해 치밀한 계획아래 ‘기습 경고’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