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김남일(26·엑셀시오르)의 네덜란드리그 데뷔전을 보러 엑셀시오르 경기장에 갔다. 3500명 수용의 경기장은 작았지만 아주 깨끗하고 멋졌다. 하지만 5만 이상의 좌석이 있는 페예노르트의 경기장과 비교해 볼 때 월드컵 톱스타 김남일이 뛰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김남일은 이날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 주었고 상대편 공격을 ‘진공청소기’답게 잘 차단했다. 관중들은 그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다.
엑셀시오르는 지금 네덜란드리그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고 작년까지 2부리그에 있었던 팀이다. 그래서인지 네덜란드 언론은 김남일에 대해 조금 무관심한 듯 하다. 신문이나 TV에 그에 대해 다루는 기사는 거의 없다. 그가 아약스나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거다.
네덜란드 축구팬들도 김남일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모르는것 같다. 하지만 팬들중에는 일본에서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스타 의식를 갖지 않고 네덜란드리그에서 뛰고 싶어하는 그의 근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도 많다.
태극전사 김남일이 네덜란드 리그 하위팀에서 뛴다는 것이 무척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엑셀시오르에서 잠시 뛰는 것이 꼭 나쁜 건만은 아니다. 만약 김남일이 페예노르트에 곧바로 입단했다면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주전 보스펠트 다음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아쿠나, 그 다음에서나 김남일 차례였을 것이다. 김남일은 엑셀시오르에서 뛰면서 네덜란드 축구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차근차근 실력을 보여 줌으로써 페예노르트에 입단하면 곧바로 주전으로 뛸 수도 있다.
엑셀시오르도 그렇게 나쁜 팀만은 아니다. 이 클럽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고 지금도상당히 좋은 선수들이 뛰고 있다. 페예노르트 주전이었던 더 한, 잉글랜드 뉴캐슬에서 뛰었던 피나스, 네덜란드 국가대표선수였던 부사타가 있다.
지금 페예노르트에서 한창 뜨고 있는 부펠도 엑셀시오르 출신이다. 그는 원래 페예노르트 선수였지만 감독의 조언으로 엑셀시오르에서 2년동안 뛰었다. 그는 페예노르트보다 못한 팀에 가게 된 것에 대해 처음엔 불만이였지만 지금 두배로 자신에게 이익이 왔다고 말한다. 불과 반년 전 엑셀시오르에서 그저그런 선수였던 그가 지금은 페예노르트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벨기에 주전 국가대표선수가 되었으며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영입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데뷔전에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김남일. 이것은 유럽 최고의 미드필더가 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최삼열 통신원 sammy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