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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양의 '대인관계 성공학']저요!저요!

입력 | 2003-03-06 17:39:00

양창순


김 대리는 별명이 ‘나서 킴’이다. 한때는 ‘나서기’로 불렸는데, 요즘 개그 콘서트에서 댄서 킴이 인기를 얻자 그의 별명도 나서 킴으로 바뀌었다고.

댄서 킴은 자신의 춤솜씨에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하는 젊은 여선생에게 “뭘 봐! 날 봐!”하고 소리쳐서 관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나서 킴 역시 어디서나, 무슨 일에나 “저요! 저요! 그건 저한테 맡기세요”하며 손을 들어 설쳐대길(이건 그 자신의 표현이다) 좋아한다. 다른 게 있다면 댄서 킴은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하지만 나서 킴은 종종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게 좀 유감스러울 뿐이다.

별명이 말해 주듯이 그는 실제로 무슨 일에나 발벗고 나서는 타입이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그 나서기 체질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다 싶으면 끈질기게 설득하려 들고 웬만해선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것도. 덕분에 자주 분위기가 썰렁해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건, 그렇게 열심히 종횡무진 뛰는데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뭐, 저한테 남의 일에 밤낮으로 설쳐댄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쯤은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내 말을 조금만 들으면 일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내가 아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습니까? 나서기니 나서 킴이니 뭐니 하면서도 자기들 아쉬울 땐 꼭 절 찾기도 하고요.”

그러나 사람들의 그런 양면적인 태도에 그는 많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매우 우울해져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으나 자기를 몰라주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도 컸다.

그는 진정한 리더 역할을 하는 것과 아무 일에나 불쑥불쑥 나서는 것과의 차이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의 경우에는 무슨 일에나 완벽하게 잘해서 모두에게 인정받고 선택받고 싶다는 욕구가 지나치게 강렬한 것이 문제였다. 그럴수록 내면은 더욱 불안해진다. 맡은 일을 잘해내지 못함으로써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큰 탓이다.

그가 끈질기게 남을 설득하려고 드는 것도 불안감과 관계가 깊다.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을 감추기 위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우울증이 되고 만다. 이런 타입은 나서서 남의 일을 해결해 준다고 꼭 인정받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깨우쳐 알 필요가 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내심 그런 타입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도. 그런 점들을 깨달아야 비로소 나서기 행진을 멈추거나 최소한 스스로 제동을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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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