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인 맨하탄’ 촬영장에서 주인공 제니퍼 로페즈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웨인 왕 감독(왼쪽). 사진제공 무비랩
평소 웨인왕의 작품을 즐겨보던 관객에게 영화 ‘러브 인 맨하탄’(원제:Maid in Manhattan)은 의외다. 영화 ‘챈의 실종’ ‘딤섬’ ‘스모크’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명성을 날린 그가 상업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다. 그것도 세계적인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영화는 호텔 청소부인 히스패닉 여성과 백인 정치가 남성의 사랑을 다뤘다. 사랑은 신분도 인종도 초월한다는 내용의 전형적인 신데렐라류 영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 첫 주 1871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웨인왕 감독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기존 작품과 달리 상업적이고 가벼운 영화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다르기’ 때문이다(Because it's just different). 상업적인 영화를 통해 보다 폭넓은 관객과 호흡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내게 매우 큰 도전이었다. 한 번도 이런 류의 영화를 찍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와는 다른 제작 시스템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인종차별이나 사회계급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런 편견에 대해 비교적 열려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고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곳이 미국이다. 제니퍼 로페즈의 실제 삶을 봐도 그렇다. 그녀는 영화 속 마리사처럼 뉴욕 브롱크스에서 성장한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2세로 오늘날 스타가 됐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유가 있나.
“이 영화는 9.11 테러 이후 계획됐다. 오프닝 장면을 보면 다운타운이 보이는데 더 이상 쌍둥이 빌딩은 없다. 뉴욕을 지원하고 경제적인 재건을 바라는 마음에서 뉴욕에서 촬영했다.”
―‘차이니스 박스’ ‘조이럭클럽’ 등 당신의 작품에는 항상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묻어난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보듯 그런 성향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조이럭클럽’ 이후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문화를 뛰어넘어 보편적인(universal)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이며 판타지다. 동화는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늘 이전 영화와는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다. 그러므로 언제든 예전의 칼라로 돌아갈 수 있다.”
―새 작품에 대한 계획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창래씨가 쓴 ‘제스처 라이프’(A Gesture Life)를 영화화할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위안부 이야기를 다뤘는데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