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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VS 마쓰시타, 30년만의 리턴매치

입력 | 2003-03-06 19:01:00


일본 전자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소니와 마쓰시타가 DVD(디지털 다기능 디스크) 비디오카메라의 기술규격을 놓고 ‘제2의 표준전쟁’을 벌이고 있다. 1970년대 초 양사가 VTR(비디오테이프 레코더) 기술표준화로 격돌한 이래 30여년 만의 재대결.

이번 전쟁의 승패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 무진한 DVD 관련 시장의 장악 여부가 결정되는 데다 ‘1차 전쟁’을 치른 양사 기술진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 신경전이 치열하다.

▽‘기술우위’가 패배한 1차전쟁=VTR의 국제표준을 둘러싼 소니와 마쓰시타의 대결은 지금도 전자제품 호환성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 당시 비슷한 시기에 VTR를 개발한 두 회사는 소니가 베타, 마쓰시타가 VHS 방식을 채택하면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화면의 선명도나 용량의 크기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니의 베타 방식이 한수 위였다는 게 중론. 하지만 소니가 기술력의 우위만 믿고 원천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독점을 노렸던 반면 마쓰시타는 재빨리 기술을 공개해 다른 가전업체들을 우군으로 삼는 전략을 택했다. 소프트웨어 확보를 위해 비디오테이프 제조회사에도 적극 협조했다.

그 결과 가정용 VTR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VHS가 석권했다. 베타 방식은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방송용 기자재 시장을 차지했지만 이 때의 패배는 두고두고 소니의 ‘한’으로 남았다.


▽‘연합군 확보’로 맞선 2차전쟁=두 회사는 올 들어 DVD비디오카메라 시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이 제품은 기존 캠코더(비디오 카메라)에 DVD 방식을 적용한 것. 비디오 테이프를 사용하는 기존 캠코더와 달리 DVD로 화면을 녹화한다. 화질이 뛰어나고 조작이 간편할 뿐 아니라 원하는 장면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수년 안에 주력 상품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것은 마쓰시타. 히타치와 손잡고 2000년 세계 최초로 상품화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 주말부터는 크기와 무게를 50% 이상 줄인 신제품을 내놓는다고 6일 밝혔다. 예상가격은 12만∼14만엔(약 120만∼140만원).

DVD비디오카메라는 지난해 일본에서 2만대 이상이 팔렸고 2005년엔 8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를 빼앗긴 소니는 올 여름경 마쓰시타보다 1만엔 가량 싼 가격에 미국과 일본시장에 새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양사의 제품은 크기나 가격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기능면에서는 각각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다. 마쓰시타 제품은 녹화가 2시간까지 가능한 반면 TV로만 재생이 가능하다는 게 약점. 소니 제품은 DVD플레이어를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녹화시간이 1시간으로 더 짧다.

두 회사의 제품은 VTR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기반기술이 되는 DVD레코더의 방식이 서로 달라 호환이 불가능하다. RAM 방식을 채택한 마쓰시타는 히타치 도시바 등 기존의 동맹군 외에 파이오니아까지 끌어들여 일본 국내에 두꺼운 진영을 형성한 상태. 여기에 맞서 소니는 필립스 휴렛팩커드 등 주로 해외파와의 제휴를 통해 우군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