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의원-정부職겸임 이대로 좋은가]'문희상' 사태로 본 문제점

입력 | 2003-03-06 19:05:00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여권의 보궐선거 회피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의원의 정부직 겸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원의 정부직 겸임과 관련된 법적 규정과 정치적 관행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어서 일관된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대통령,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지방의회 의원 등을 겸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관이나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겸직 금지 조항은 없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한국의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법적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려는 권력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개헌한 5차 개정헌법(1962년 12월 26일)에는 ‘국회의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미국 대통령제처럼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 분립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은 69년 10월 21일 이른바 ‘삼선 개헌’을 통해 이 규정을 지금처럼 고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토대를 쌓았다.

국회 박수철(朴秀哲) 의안과장은 “의원의 각료 겸임은 결과적으로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률적 신분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원직 사퇴원칙을 달리하고 있는 관행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역대 정부는 지역구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다시 선거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철저히 피해 온 반면 비례대표 의원은 ‘장관직이란 새 감투를 받았으니, 의원직은 승계자에게 넘겨주라’는 식으로 처리해 왔다.

함성득(咸成得) 고려대 교수는 “순수형이든, 혼합형이든 대통령제의 기본정신은 3권분립”이라며 “의원의 정부직 겸임 규정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은 정부의 국회 장악 의도와 정치인들의 자리 욕심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국회의원의 정부직 겸임 형태 관련 법적 규정과 정치적 관행겸임형태의원→청와대의원→입각지역구 의원→각료비례대표 의원→각료법률규정의원직유지 가능유지 가능유지 가능당적(黨籍)포기해야보유 가능보유 가능정치적 관행-3권분립 정신에 따라 의원직도 사퇴-책임정치 명분으로 의 원직과 당적 모두 유지-비례대표 승계자를 위해 의원직만 사퇴문제점 -의원직 사퇴 강제 규정 없 어 ‘문희상 비서실장 사례’ 같은 정치적 논란 야기-지역구 의원의 장관 겸직은 대통령제 기본원 칙인 3권분립 정신 훼손 우려
-비례대표 의원만 사퇴하는 것도 논리적 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