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이라크에 대해 “17일까지 무장을 해제하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수정 결의안을 7일 제시했다. 안보리는 10일 이라크 사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지만 미국과 영국은 표결 결과에 상관없이 17일 이후 곧바로 이라크 공격에 나설 방침임을 거듭 시사하고 있어 전쟁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17일 이후 개전 가능성〓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7일 유엔 사찰단의 이라크 사찰 결과를 보고 받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 영국 스페인이 제출한 2차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이사국들에 회람시켰다. 그러나 거부권을 쥐고 있는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은 최후통첩 성격의 새 결의안에 반대하겠다고 밝혀 수정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라크가 유엔 감시하에 미사일을 폐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유엔 승인 없이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감행한다면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리 페도토프 외무차관도 “안보리에서 새 이라크 수정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트로 장관은 안보리 표결결과와 관계없이 17일 이후 전쟁을 개시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도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은 17일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후세인이 평화적으로 무장해제를 하지 않는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무장해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영 연합군 30만명 대기〓미국은 이라크 주변 걸프지역에 24만여명의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실전훈련과 함께 공격준비를 최종 점검함으로써 개전 정지작업을 사실상 완료했다. 걸프지역에 배치된 동맹군 총 병력은 9일 현재 3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라크 주변에 600∼700대의 미 전투기가 배치돼 있는 가운데 미군은 이라크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전투기 출격 횟수를 하루 900회까지 늘리면서 초계비행을 강화하고 있다.
유엔 이라크·쿠웨이트 감시단(UNIKOM)은 이라크 전쟁 위협이 고조되면서 쿠웨이트-이라크 접경 지역의 경계 수준을 3단계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모든 UNIKOM 요원을 철수시키는 4단계 직전의 조치다.
한편 미 국무부는 7일 독일과 스웨덴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에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이라크 외교관들을 추방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 관리들은 최근 전 세계 60개 국가에서 이라크인 약 300명이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라크의 미사일 폐기〓이런 가운데 이라크는 잠시 중단했던 ‘알 사무드 2’ 미사일 파기 작업을 7일 재개, 수도 바그다드 북쪽 알 타지 군사시설에서 미사일 6기를 폐기했다.
이라크는 이어 8일 성명을 통해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고 있음을 유엔 무기사찰단이 확인함에 따라 미국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면서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이라크는 또 이스라엘을 포함, 중동지역 전체의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량파괴무기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