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끝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546.02로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코스닥지수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줄어 시장이 붕괴하는 조짐마저 보인다.
원인으로는 세계경제 침체와 이라크 전쟁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북한 핵 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리스크 증가로 인한 주가 추락의 중심에 외국인들이 있다. 외국인은 지난 주말까지 10일 연속 한국주식을 순매도했다.
현재 한국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이 조금만 움직여도 사정없이 휘둘린다는 점이다.
3월5일 현재 국내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은 663억달러. 전체 시가총액의 35% 정도에 해당한다. 이 중 5%만 움직여도 33억4500만달러로 4조원이 넘는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증시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외환위기 전에는 한 번 투자하면 돈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으나 외환위기 후에는 움직임이 크게 늘었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돈의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증시의 또 다른 취약점은 기관투자가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개인 데이트레이더들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더의 비중은 세계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증시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약하면 국내증시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데 이런 허약한 체질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있다.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절대적 영향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크지 않은데도 한국증시가 소화할 능력이 없어 충격이 크다”는 증시 전문가들의 한탄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북핵 사안에서도 보듯이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조금만 증가해도 외국인 자금은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한국경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에게 한국 증시는 거의 대안이 없는 투자처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은 세계의 수많은 투자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리스크가 조금만 커져도 돈을 빼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통일될 때까지는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로 인해 경제가 지나치게 출렁거리지 않도록 각 부문에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증시만 놓고 보면 웬만한 리스크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국내 투자기반을 갖춰야 한다.
대책의 내용은 기관투자가들이 제 역할을 하고 개인 데이트레이더들이 간접투자로 전환토록 유인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스스로의 기반이 강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금은 지금처럼 독이 될 수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는 ‘외국인 투자는 무조건 좋다’는 환상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들어오는 자금의 성격과 그 자금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곰곰 생각하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김상영 경제부차장 you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