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출범했다. 이는 정부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폭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개발과 보전의 갈등으로 야기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엄청났다. 대형 국책사업을 비롯해 토지이용, 자원배분과 환경관리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치의 상충으로 인한 비용은 현재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넘겨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한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갈등의 해소는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현재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발전을 말한다. 이른바 세대간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발전으로서, 차세대를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직 참여정부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공식적 약속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구체적 시책이 나오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상수원보호구역 내 육지 면적 축소 결정 등이 그런 예다. 균형 잡힌 정책 수립과 참여가 보장되는 의사결정의 약속을 이행하려면 그와 관련한 법적 준거 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개방성, 통합성, 영속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법적 장치로 가칭 ‘지속가능 발전 이행촉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의 제정에 도움이 될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이 법은 환경뿐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적 지속가능성, 나아가서는 정신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과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제도적 틀을 담아야 한다. 지속가능성과 대중 참여를 위한 그동안의 정부정책은 단기적 편익에 치중되어 왔으며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대통령령에 의거해 설립된 ‘대통령자문 지속가능 발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기능도 법적 뒷받침을 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자원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법적 보증을 해주어야 한다. 이 같은 보증 없이는 토지 및 자원의 보전과 이용을 둘러싼 갈등은 반복되고,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토지 및 자원의 보전과 이용에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기업,환경단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행정의 개방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넷째, 이 법은 브룬틀란위원회, 리우지구정상회의, 요하네스버그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에서 천명된 바 있는 원칙과 목표의 실천을 위한 큰 준거 틀을 담아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국제사회는 그동안 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해온 것과 앞으로 추진할 일들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칭 ‘지속가능 발전 이행촉진법’의 제정을 통해 개발부서와 환경보호 부서가 지속가능성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갈등보다는 협력 차원에서 행정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현재세대는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한 환경, 건전한 경제, 사회복지, 지역사회의 안정성이 달성되고 참여민주주의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김귀곤 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