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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사브 뉴9-3, 터보엔진 가속력 짜릿

입력 | 2003-03-10 17:56:00


스웨덴 자동차 사브(Saab)를 타는 사람들에게 ‘왜, BMW 아우디 볼보가 아니라 사브냐?’고 물으면 대부분 ‘사브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만큼 사브는 세계적으로 연간 14만대라는 적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개성을 뽐내 왔다. 사브 고객들은 사이드 브레이크 바로 옆에 위치한 시동키 꽂이, 고성능 터보 엔진, 어느 차보다 많은 안전장치들, 공기역학에 충실한 세련된 디자인을 사랑한다.

미국 내 사브 소유자 중 86%가 대졸 이상의 학력이고 평균 연봉이 13만5000달러(약 1억6000만원)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브는 ‘능력 있고 개성을 중시하며 차를 아는’ 사람들의 차로 알려져 왔다.지난해 말 국내에 선보인 배기량 2000cc급 뉴 9-3은 사브 팬(fan)들이 가장 기다려온 차 중 하나였다.

사브의 전통적인 해치백 스타일에서 세단으로 재탄생한 뉴 9-3은 이제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과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 보니 전투기를 만들었던 사브의 분위기가 풍겼다. 각종 조작버튼이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며 운전석 정면에 깔끔히 정리돼 있었다. 그러나 버튼이 작고 설명이 많지 않아 손에 익기 전에는 운전 중 버튼 조작이 위험할 듯하다. 모든 좌석은 차체가 전체적으로 좀 커지고 오버행(앞뒤 바퀴축과 앞뒤 범퍼와의 거리)이 짧아진 덕분에 넉넉했다.

센터 콘솔에 키를 꽂고 시동을 걸자마자 유럽차의 ‘식식거림’이 느껴졌다.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수지로 내달리는 동안 뉴 9-3의 터보엔진은 정말 엄청난 가속력을 보여줬다. 2500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 덕분에 차는 재빠르게 변속하며 순식간에 시속 100㎞로 올라갔다. 약간의 소음과 진동은 경쾌한 주행감을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다.

급회전할 때나 둔덕을 지날 때 느껴지는 승차감은 다소 딱딱하다. 하지만 앞바퀴의 조향에 따라 뒷바퀴를 미세하게 움직여 도로 접지력을 높이는 리엑스(ReAxs) 시스템 덕분에 차체 안정성은 뛰어났다.

정차 후 시동키를 빼낸 뒤에도 ‘웅’ 하는 소리가 남아 ‘차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3980만∼5760만원의 가격이나 9.0㎞/ℓ의 연비는 역시 부담스럽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