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에서 SK그룹 수사팀 검사가 제기한 수사 중단 외압설은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의 주장과 다소 엇갈리지만 이 총장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검찰과 정치권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확인됐다.
검사들은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정치권의 압력에 맞서다가 대형 사건이 없는 시골로 보복성 인사를 당한 사례를 거론했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외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사무총장과 정부 고위직 인사의 의견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담당 검사에게 전달된 것은 수사 의지를 꺾어놓으려는 시도로 해석될 만하다.
더욱이 수사검사는 “당신이 다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만 갖고는 누가 한 이야기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인사 조치를 거론하며 수사중단 압력을 넣었다면 그가 누구이든 명백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 총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에 줄 충격을 감안해 수사의 범위와 속도를 조절해 달라고 김각영 검찰총장에게 요구했다”고 해명했으나 그렇더라도 수사 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나 상임위 활동을 통해 말했어야 옳다. 이 총장은 “SK그룹이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 다른 기업보다 잘 도와줬는데 검찰 수사로 기분이 좀 그렇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대통령 선거자금 지원에 대한 신세 갚기의 뜻으로 SK그룹에 대한 선처를 요망했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정경유착의 사례다.
이 총장은 검찰 인사와 관련한 집단 반발 움직임에 대해 프랑스 혁명 때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 처형을 늦추어 개혁에 실패한 사례를 인용하며 법무부에 강력 대처를 주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이 결국 정치권의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민주당 사무총장으로서 영향력이 클수록 할 말과 안 할 말, 전화를 걸어야 할 곳과 걸어서는 안 되는 곳을 가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