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벽한 누드정치’를 내걸고 국회 의원에 출마한 윤락녀의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사진제공 한맥영화
“뭐든 익숙해지면 무디어지게 마련이죠. 이제는 대대적인 체위 변화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해도 신이 안나고 이건 아닌 것 같고…. 이럴 땐 바꿔보자고 얘기해야 합니다!”
국회 입성에 도전하는 윤락녀 고은비의 파격적인 출사표다.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권모술수가 판치는 정치세계에 천대받는 윤락녀가 투신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상식을 비트는 도발적 소재로 준비 단계부터 화제가 된 작품.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인은 ‘복상사’. 여당이 계획적으로 ‘자객’을 보낸 것. 국회는 여야동수의 상황이 되고 전 국민의 관심은 보궐선거가 열리는 수락시에 집중된다.
이 지역 사창가에서 일하는 은비(예지원)는 동료가 동네 불량배로부터 윤간을 당하는 사건을 겪는다. 은비는 경찰에 적극적 수사를 의뢰하지만 ‘창녀가 무슨 강간을 당하냐’는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사회적 약자의 비애를 느낀 은비는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한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이 영화를 제작한 한맥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영화 아니거든요. 그냥 재미있게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이 영화는 정치에서 풍자의 소재를 빌려왔지만 철저히 코미디에 충실한 영화다. 따라서 메시지보다 상황속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간간히 웃을 수 있는 영화다.
예지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겁나게 써제끼는’ 남진의 연기도 웃음을 자아낸다. 욕쟁이 신부를 맡은 남진은 “예수님이 ‘죄없는 자가 저 여인(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라’고 했지만 아무도 쎄려불지 못한 것이여”라며 구수한 입담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110분의 상영 시간을 성적인 농담과 욕설로 채워 기승전결(起承轉結)중 ‘승’과 ‘전’은 없고 ‘기’와 ‘결’만 있는 느낌이다. 예견된 결말에서 한치의 벗어남도 없이 끝을 맺는 것도 세련되지 못하다. 풍자를 살리고 이야기를 좀더 조밀하게 구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988년 ‘사방지’를 만든 송경식 감독이 14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 14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