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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빡빡머리 무용가 안은미의 도발적 '춘향전'

입력 | 2003-03-10 18:53:00

’안은미의 춘향’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안무, 음악과 함께 화려하고 한국적인 보디페인팅을 활용해 능동적인 현대여성 ’춘향’의 열정과 사랑을 그려낸다. 물론 무용수들이 신체의 중요한 부분은 가리고 나온다. 사진제공 LG아트센터



안은미의 ‘아방가르드’가 춘향전의 ‘전통’과 만난다.

언제나 ‘도발적’인 무대로 세인들을 즐겁게 해 온 무용가 안은미씨(40)가 대한민국에서도 보수적인 풍토로 정평난 대구의 시립무용단장으로 부임한 지 2년 여. 작년 말 ‘놀랍게도’ 연임에 들어간 그가 28∼30일 ‘춘향전’을 들고 서울을 찾는다.

“이제 저도 40대에 들어섰으니 정말 ‘좋은 작품’ 하나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안은미씨

물론 그가 그냥 ‘춘향전’을 할 리 없다. 한국의 고전 ‘춘향전’을 토대로 하되 그의 색깔을 듬뿍 담아낸 이 작품의 제목은 ‘안은미의 춘향’이다.

이몽룡을 기다리는 순종적 춘향이 아니라 안은미만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춘향의 모습을 그려내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춘향전을 이용한 작품들이 너무 고리타분해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주로 붉은 색을 사용해 열정과 사랑을 표현하고, 규격화되고 정해진 틀이 없는 ‘보자기’를 의상 겸 소품으로 사용해 융통성과 해학성을 강조하며 탄력 넘치는 춤을 선보일 겁니다.”

이 작품의 대본은 원로 음악평론가이자 작가인 박용구(89)씨가 썼다. 뮤지컬, 무용극, 오페라, 국악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춘향전을 집필했던 그에게 이번 작품은 그의 다섯 번째 ‘춘향’이다. 그는 안은미라는 개성적 무용가의 몸에 맞는 춘향전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아울러 그의 아내인 정소피아씨도 71세의 나이에 이번 무대에 ‘특별출연’할 예정.

# 몽룡만 기다리는 수동적 춘향은 가라

안은미씨의 작품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개성을 한껏 펼치는 장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은 내 것’이라는 것을 그다지 주장하지 않는 그는 여러 예술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치도록 장을 열어주고, 이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그와 함께 작업하기를 좋아한다.

이번 작품의 음악은 1991년부터 그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2인 밴드 ‘어어부(魚漁夫)프로젝트’에 젊은 타악그룹 ‘공명’과 ‘예솔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이자람의 창(唱)까지 합세한다.

국악기와 서양악기뿐 아니라 온갖 소품을 악기로 사용해 트로트, 탱고, 왈츠, 국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어어부프로젝트’는 이번에 ‘판소리 춘향전’의 음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악과 양악의 만남’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은 그들에게 맞지 않는다.

“주제가 춘향전이니까 판소리 춘향전을 가져오긴 하지만 그것이 국악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만들면 되지요.”

‘안은미의 춘향’을 만드는 사람들. 왼쪽부터 바디페인터 채송화씨, 언더그라운드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 백현진씨. 박영대기자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 박대영 감독의 ‘하면 된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등 굵직굵직한 영화의 OST를 맡을 만큼 이 바닥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지만, 정작 3집까지 낸 이들의 음악은 대부분 ‘방송 금지곡’이다. 그 이유는 가사과 곡이 “너무 염세적 허무적이며 저속하다”는 것인데 정작 당사자인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35), 백현진(31)씨는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음악을 계속 할 뿐이다.

이번 ‘춘향’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보디페인팅’. 스페셜 메이크업 아트그룹 ‘크레아(Crea)’의 대표 겸 대구보건대 뷰티코디네이션과 겸임교수인 채송화씨(30) 와 그의 분장팀이 ‘춘향’에 걸맞는 ‘한국적’ 분장을 선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 무용수들 화려한 보디페인팅

“서양식의 분장이 아니라 한국인의 골격과 분위기에 맞는 분장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생생한 한국인의 몸을 살려 내야지요.”

연극 배우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티앙 쇼보 분장학교와 ITM 분장학교를 나온 그는 혼자서 온몸에 보디페인팅을 해 낼 수 있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보디페인터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98년 귀국해 ‘춘천국제마임축제’, ‘새천년 아시아 청소년 축제’, 박호빈의 ‘꼬리를 문 물고기’, 손인영의 ‘아바타 처용’ 등에서 화려하고 실험적인 보디페인팅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 ‘춘향’팀에 합류했다. 한 사람을 보디페인팅 하는 데만 평균 약 5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3∼4시간 안에 40여 명에게 해야 하기 위해 채 대표와 10여 명의 분장팀이 함께 작업을 한다. 28일 오후 8시, 29∼30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 2만∼4만원. 02-2005-0114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