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 4일 김각영(金珏泳) 당시 검찰총장을 만나 SK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검찰조사 발표를 늦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 부총리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주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금감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요청해 4일 경제부총리와 협의한 뒤 검찰총장을 포함해 3명이 만났다”며 “그 자리에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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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채권 금융기관이 대응할 시간이 필요해 검찰총장과 만나 수사 발표를 미뤄 달라고 부탁했지만 검찰은 예정대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2일 사건 담당 이석환(李錫煥) 검사에게 전화해 규모와 내용을 확인했다”며 “검찰에 전화한 것은 금융감독기관의 장으로서 해야 할 직무였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또 김 부총리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금감위원장이 이 검사에게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관해 일부 설명을 들은 뒤 (나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하면서 의논했다”며 “금감위원장, 검찰총장과 만나 20분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시인했다.
김 부총리는 “수사는 공정하게 하더라도 발표 시기는 늦춰 줄 수 있지 않느냐고 (검찰총장에게) 부탁했다”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생각이 없었으며 영향을 미칠 자리에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통령께는 회동 사실을 지난 주말 국정운영 워크숍 때 휴식시간에 잠깐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금융기관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만 검찰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형사사건은 늦추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수사의 외압설에 대한 조사 결과 김 부총리와 이 금감위원장이 김 전 총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나 수사에 대한 외압이나 청탁성은 아니었고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도 없다”고 발표했다.
문 수석비서관은 “수사 담당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수사검사나 책임자들은 직접 외부의 전화를 받거나 만난 적이 없었고 간부에게서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으나 이를 외압이나 청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수사팀은 소신껏 수사를 해서 오늘 그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 경제각료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다른 정부 책임자에게 그런 의견을 전달한 것은 정당한 일로 생각한다”며 이번 사안을 문제삼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