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의 특징은 ‘서열 파괴’와 ‘흠집 인사 한직 배치’를 통한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포스트에 대한 물갈이 인사로 요약된다. 또 ‘PK(부산 경남)’ 출신 간부들을 핵심 요직에 앉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생(17회)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에서 ‘검찰 장악’의 의도도 엿보인다.
우선 법무부와 대검, 일선 검찰청 모두 대대적인 서열 파괴가 이뤄졌다.
사시 14∼17회 간부들이 포진했던 법무부의 국·실장 자리는 모두 사시 18, 19회로 배치했다. 대검의 중수부장, 공안부장 등 핵심 요직도 모두 기수를 2회 이상 낮췄다.
일선 검찰청도 마찬가지다. 사시 16회인 서영제 검사장이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입성한 반면 사시 15회 검사장들은 부산, 광주, 제주 등에 배치됐다.
대신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 사령탑이었던 유창종 서울지검장과 ‘피의자 사망사건’으로 문책당한 김진환 대구고검 차장, 12·12 및 5·18 사건 피의자들을 불기소한 장윤석 법무부 검찰국장은 모두 상궤를 뛰어넘는 자리로 좌천됐다. 이에 따라 유 검사장과 장 검사장은 후배 밑에서, 김 검사장은 동기 밑에서 일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밖에 정충수 검사장 등 7명도 이전보다 낮은 보직으로 하향 배치됐다.
특히 호남 출신 간부들은 이번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보직이 하향 전보된 10여명의 인사 중 5명이 호남 출신이다. 특히 김규섭 조규정 검사장을 초임 검사장이 가는 고검 차장으로 배치한 것은 검찰을 떠나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신 PK 출신 간부들은 약진을 거듭했다. 송광수 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에 발탁된 데 이어 정홍원 법무연수원장,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 안영욱 울산지검장 등이 요직을 차지했다.
검사장 승진자 6명 중 절반이 PK인 부산고 출신이며 검사장 승진 1순위였던 신언용(申彦茸) 서울지검 동부지청장과 강충식(姜忠植) 서부지청장 등 호남 출신은 모두 탈락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에 비슷했던 영호남 간부 비율도 16 대 7로 크게 격차가 벌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00점은 안되지만 80∼90점은 되는 인사”라고 자평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런대로 정치색 없는 검사들을 발탁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검찰 고위간부들은 “이번 인사는 원칙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으며 평검사들도 “문제 있는 발탁 인사가 있다”며 폄훼하는 분위기다. 업무 능력이 의심되거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도중에 중단시킨 인물 등도 발탁됐다는 것.
일각에서는 능력보다 흠집 적은 사람을 주로 발탁한 이번 인사를 두고 “앞으로 누가 접시를 깨면서 일하려 하겠느냐”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새 정부 첫 검사장급 이상 인사는 사상 최대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미 9명이 사표를 냈고 앞으로도 1, 2개월 안에 5∼8명이 줄줄이 사표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큰 폭의 검사장 승진이 이뤄졌던 김영삼(金泳三) 정부 초기(11명)나 김대중 정부 중기(13명)보다 물갈이의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한편 평검사들은 더 이상 인사에 관해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검찰을 요동치게 했던 인사 파동은 급속히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노무현 정부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 명단
직책
이름
사시회수
출신 지역
출신 고교 대학
전임자회수
검찰총장 내정자
宋光洙
13
경남 마산
서울고 서울대
12
대검차장
金鍾彬
15
전남 여천
여수고 고려대
13
법무부차관
鄭相明
17
경북 의성
경북고 서울대
13
법무연수원장
鄭烘原
14
부산
진주사범 성균관대
12
고검장
서울
鄭鎭圭
15
서울
경기고 서울대
12
대전
金相喜
16
경남 산청
경북고 서울대
공석
대구
林來玄
16
광주
경기고 서울대
13
부산
공 석
12
광주
李範觀
14
경기 여주
서울대사대부고 연세대
14
지검장
서울
徐永濟
16
충남 서천
대전고 성균관대
14
인천
李鍾伯
17
울산
부산고 서울대
15
수원
尹鍾南
16
충남 천안
고졸검정 연세대
15
춘천
林采珍
19
경남 남해
부산고 서울대
16
대전
金在琪
16
경북 달성
서울고 서울대
15
청주
金成浩
16
경남 남해
부산브니엘고 고려대
16
대구
朴泰淙
16
서울
경복고 서울대
14
부산
李廷洙
15
충남 서산
성동고 고려대
14
울산
安永昱
19
경남 밀양
서울대
16
창원
林承寬
17
서울
경기고 서울대
15
광주
黃善泰
15
경남 고성
부산고 서울대
15
전주
金永珍(사)
14
부산
부산고 서울대
16
제주
蔡秀哲
15
전북 진안
전주고 서울대
16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朴相吉
19
서울
경기고 서울대
17
법무실장
洪景植
18
경남 마산
경복고 서울대
15
검찰국장
洪錫肇
18
서울
경기고 서울대
14
보호국장
鄭東基
18
서울
경동고 한양대
16
사법연수원부원장
鄭忠秀
13
전남 장흥
목포고 고려대
18
법무연수원기획부장
金振煥
14
충남 부여
경기고 서울대
17
대검
기획조정부장
文永晧
18
부산
부산고 서울대
17
중수부장
安大熙
17
경남 함안
경기고 서울대
15
형사부장
金源治
13
제주
제주오현고 서울대
13
마약부장
柳昌宗
14
충남 홍성
대전고 서울대
15
강력부장
郭永哲
15
경남 남해
동래고 서울대
13
공안부장
李棋培
17
전남 목포
경기고 서울대
15
공판송무부장
朴淙烈
15
광주
경기고 서울대
18
감찰부장
柳聖秀
17
서울
경기고 서울대
16
고검차장
서울
張倫碩
14
경북 영주
경복고 서울대
17
대전
金熙玉
18
경북 청도
경북고 동국대
18
대구
高永宙
18
충남 보령
경기고 서울대
14
부산
金圭燮(사)
15
전남 함평
목포고 성균관대
17
광주
趙圭政
15
광주
광주고 서울대
18
※(사)=11일 사표 제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