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 무렵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투자자들의 파티가 벌어졌다. 2000년 3월10일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5,132.52까지 치솟았다가 5,048.62로 마감했다. 전년 여름에 비해 2배로 오른 것이었다.
그때 버블(거품)에 대한 경고는 무시됐다. 그로부터 한달 남짓한 기간에 나스닥은 3분의 1이 떨어졌다. 2001년 3월부터는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6개월 후엔 ‘9·11테러’를 만났다. 침체는 연말에 끝났지만 후유증은 그 뒤로도 경제를, 증시를 짓눌렀다.
3주년 기념식은 어디서도 열리지 않았다. 11일의 나스닥지수는 1,271.47로 3년 전 최고점에 비하면 4분의 3이 달아나버린 수준이다. 게다가 새털같이 가벼운 거래량은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예고한다.
미국이 몰아붙이는 이라크전쟁은 투자자들의 머리 바로 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11일 현재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올 들어 9.3%나 떨어졌다.
20세기 최고의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3년여 전 주가가 최고점에 가까워지자 기술주 매입을 거부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그가 드디어 감각을 잃었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1998년 중엽부터 2000년 3월까지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사의 주가는 47%가 폭락했다. 그 사이 나스닥지수는 166%가 치솟아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최고점을 찍은 나스닥지수가 지금까지 75%가 하락하는 사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57% 상승했다.
그런 버핏이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요즘 살 만한 주식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가 230억달러를 투자한 8개 회사는 코카콜라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전통적인 우량주들이다. 이들 종목은 지난 한 해 동안 주가가 2% 떨어졌다. 작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3% 떨어진 데 비하면 좋은 성적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지난해 주식을 샀다. 종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도 14억달러, 매수 17억5000만달러라고 밝혔다. 순매수 3억5000만달러로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채권에 투자한 100억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처럼 채권에 돈이 몰리니 채권값이 치솟고 10년짜리 재무부 채권수익률은 3.568%로 수십년 내 최저수준을 기록 중이다.
홍권희기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