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달러를 받을까, 100달러를 받을까.’
최근 북한 금강산을 찾은 미국 뉴욕 타임스의 제임스 브룩 기자는 온정리의 한 식당에서 재미난 광경을 목격했다. ‘점심 식대를 얼마나 받아야 하나’라는 문제를 놓고 북측 종업원과 지배인간에 입씨름이 벌어진 것. 일부 종업원은 “남조선 제주도의 식당에서는 식대로 100달러도 받더라”며 남조선처럼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탁에 앉아있던 미국인 관광객이 ‘원가에 이윤을 붙여 가격을 매기면 된다’고 친절하게 자본주의적 계산법을 제안했다. 그러자 북측 지배인은 “음식에 뭐가 들어가는지 잘 모른다”며 “나는 필요한 음식을 주문하기만 하면 배달된다”고 답했다.
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12일자는 브룩 기자의 이 같은 금강산 관광기를 소개하면서 “(급작스러운)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초(超)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끼얹었다”고 제목을 달았다.
브룩 기자는 “지난해 7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임금을 20∼30배 올리고 일부 배급제를 폐지한 뒤 쌀 옥수수 돼지고기 등 생필품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7월 일부 경제개선 조치를 도입하면서 암시장 환율을 양성화시키려는 취지에서 달러당 2.16이었던 북한원 환율을 151로 높였다. 그러나 최근 북한원의 가치가 폭락, 환율이 달러당 700북한원까지 폭등했다고 IHT는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해 여름 1000원짜리 지폐를 발행한 데 이어 10월엔 1만원권 지폐도 발행해야 했다고 IHT는 덧붙였다.
브룩 기자는 “높은 농산물가격이 증산(增産)을 부추겨야 하지만 열악한 전기와 비료 사정 탓에 이 같은 가격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못하고 가격만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배경으로 중국이 1979년 개혁 개방의 시동을 걸 당시 농촌경제라는 완충지대가 있어 식량수급이 원활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