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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쟁점]구리 동구릉 30m옆 골프연습장

입력 | 2003-03-12 19:26:00

조선시대 최대 왕릉군인 경기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에서 직선거리로 30여m 떨어진 곳에 들어선 골프연습장. 연습장 뒤편에 동구릉이 있다. -사진제공 구리시


‘문화재 보존이냐, 사유재산 보호냐.’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9릉(陵) 17위(位)가 모셔져 있는 조선시대 최대 왕릉군인 경기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사적 193호) 인근에 들어선 골프연습장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재청과 구리시는 동구릉 코앞에 능보다 높이 솟은 골프연습장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또 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허가를 내준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건축주는 “허가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느냐”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철거를 둘러싼 마찰=동구릉 정문 입구에서 직선거리로 30여m 떨어진 곳에 대규모 골프연습장이 들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연면적 5000㎡에 54타석 규모의 이 연습장은 하루 200∼300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습장은 무허가 건물이다. 시가 문화재청의 철거 요구에 따라 지난해 12월 사용승인 신청을 반려했기 때문.

문화재청은 “동구릉의 우백호에 해당하는 능선에 철탑 20여개가 세워진 데다 철탑(42m)이 능원보다 높아 사적지 경관을 해치고 있다”며 철거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공사비만 78억원을 들인 건축주 C개발㈜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완공 때까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문화재 훼손을 들먹이는 것은 행정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 초부터 영업을 시작한 C개발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며 이무성 구리시장 등 관련 공무원 6명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또 ‘사용승인 반려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행정법원에 냈다.

▽허가과정 의혹=구리시는 10일 이례적으로 당시 건축허가를 내줬던 김모 건축과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구리시에 따르면 이들은 개발이익 환수제도가 도입된 2000년 1월 1일을 불과 나흘 앞둔 1999년 12월 28일 허가를 내줘 결과적으로 약 2억원의 세금을 날렸다는 것.

또 이들은 건축법상 ‘문화재구역 경계로부터 100m 이내의 건축행위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삭제된 개정 건축법을 근거로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건축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에는 여전히 관계기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어 애초부터 허가상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이들은 문화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때는 사전에 협의하도록 조건을 달아놓고도 2000년 8월 설계변경에 따라 연습장을 2배 이상 늘려주면서 조건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문화재청이 철거 의견을 완공 이전에 제시했으나 이 사실을 사용승인 요청이 있기 전까지 건축주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시 자체 감사에서 밝혀졌다.

시 관계자는 “서류 감사에서 많은 허점이 발견됐다”며 “수사를 통해 허가과정의 의혹이 규명돼야 연습장의 사용승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