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악재로 회복기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부동산 중개업소. 차지완기자
SK글로벌의 분식회계와 북핵 문제, 이라크전 임박 등 각종 대내외 악재가 부동산 시장에도 싸늘한 기운을 감돌게 하고 있다.
특히 그간 약세를 보이던 매매가와 전세금이 지난달 중순 이후 겨우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외부 악재가 쏟아져 나와 당분간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감 고조 거래 한산〓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의 특징은 매도 호가는 작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실거래는 거의 없다는 것.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남산공인’ 신문재 사장은 “5150가구나 되는 대단지인데도 올 들어 매매 거래를 성사시킨 곳은 2, 3가구”라며 “그나마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싼 급매물이 팔렸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서부권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양천구 목동도 마찬가지.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지만 거래가 안 된다.
‘목동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들도 최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매도자들이 값을 내려 내놓지는 않아 호가 격차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도 주춤한 상태다. 올 들어 안전진단이나 시공사 선정이 줄을 이으면서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3월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강남구 개포동 ‘우진공인’ 고재영 사장은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소진된 정도”라며 “지금 가격으로는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고층아파트 31평형은 4억8500만원 선. 지난달에 2000만원 정도 오른 뒤 변동이 없다.
▽충청권 약세 반전〓‘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메가톤급 호재를 안고 있는 충청권 아파트값도 이달 들어서는 약세로 돌아섰다.
대전 유성구 반석동 ‘르네상스공인’ 김정주 사장은 “지난달 5일 노은2지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뒤 분양권 값이 호가 위주로 조금 올랐을 뿐 거래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노은2지구 삼부르네상스 아파트 34평형 분양권 프리미엄은 약 3000만원. 2월 초보다 1000만원 올랐다.
대전의 특급 주거지로 꼽히는 둔산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크로바아파트 41평형(로열층 기준)은 대통령선거 이후 3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2억8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세금도 1억7000만원 정도였으나 이달 들어 1억5000만∼1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둔산동 ‘크로바공인’ 이광옥 사장은 “아파트값이 떨어졌는데도 경기 악화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면서 매수를 늦추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경기, 개발재료 따라 등락〓경기는 대부분 지역에서 거래 감소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광명시가 대표적이다. 고속철도역사에서 가까운 소하택지개발지구 주변의 땅값은 최근 일주일 동안 평당 20만원씩 올라 120만∼2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화성시 일대도 동탄신도시 개발이 가까워오면서 기존 아파트값이 상승세다. 태안읍 주공 4단지 32평형 분양권 프리미엄이 5000만∼5500만원으로 최근 일주일 사이에 700만원 정도 올랐다. 분양권 매물도 나오는 즉시 전매될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성남시 분당구, 고양시 일산구 등 신도시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좀처럼 활기를 느낄 수 없다. 일산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는 동문건설 관계자는 “수치로는 시장이 회복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대전=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