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 내정자는 현재 자문기구인 검찰인사위원회가 인사의 실질적인 내용을 다루도록 운영 방식이 개편되며 이달 말 예정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때부터 이 기구를 통해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종전의 인사위는 법무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승진 기수 결정 등 인사의 큰 틀은 정할 수 있었지만 승진 대상자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 등 구체적인 인사안을 논의할 수 없었다.
인사위는 현재 고검장 1명, 검사장 6명, 외부 인사 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법무부 검찰국은 이런 인사위원의 자격 기준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송 총장 내정자는 “인사위를 열기 전 전국 고검장 및 검사장에게서 능력있는 검사들을 추천받아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인사위를 심도있게 운영하겠다는 것이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부장직급을 유지하면서 보직과 부하 검사 없이 보조요원만 거느리고 수사하는 ‘비보직 부장검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비보직 부장검사제는 지휘계통에 있는 보직을 받지 못한 부장급 이상 고참 검사들을 일선 청의 차장 직속 수사 검사로 발령해 일선 부장처럼 결재 업무를 하지 않고 수사에만 전념토록 하는 일종의 ‘대검사’ 제도다.
한편 이날 장윤석(張倫碩)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고검 차장으로 부임한 직후 사표를 제출, 검사장 공석은 5개로 늘어났다.
김원치(金源治) 대검 형사부장 등 사법시험 13, 14회 일부 고위 간부들도 조만간 사표를 낼 것으로 보여 검사장 공석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영제(徐永濟) 신임 서울지검장이 취임식을 갖는 등 부산, 수원, 인천지검 등 일선 지검에서도 이날 신임 검사장 취임식이 잇따라 열렸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 “조직 안정에 최우선”▼
송광수(宋光洙·사진) 검찰총장 내정자는 13일 오전 임시 집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처음 출근하면서 “마음이 무겁지만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 힘을 기울일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어려운 시기에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는데 소감은….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검찰의 현재 상황에 대해 간부들과 검사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조직이 안정을 되찾아 본연의 임무에 힘을 기울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 힘을 쏟을 것인가.
“조직의 안정이다.”
―검찰개혁 과제에 대한 구상을 밝혀달라.
“검찰총장 내정자 신분으로 지금 이 문제에 관해 말하는 것은 결례인 것 같다. 절차를 거친 뒤 적당한 시기에 구상을 밝히겠다.”
―오늘 아침에 법무부장관을 만났는데….
“국회 청문회 통과 이전까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상태이기 때문에 장관에게 인사를 드린 것이다. 후속 인사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취임할 때까지 어떤 준비를 하나.
“국회 청문회 준비도 하고 검찰의 개혁과제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할 생각이다.”
―최근 검찰간부 인사를 둘러싼 파동을 어떻게 보나.
“100점짜리 인사가 있겠는가마는 언론도 인사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장관도 공부를 많이 해 검찰 조직에 관해 깊이 알고 인사를 한 것으로 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사람은 많고 자리는 적어 목하 고민중….’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동기생인 사법시험 23회 검찰 중견 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23회는 55명인데, 통상 이들이 갈 수 있는 소규모 검찰청이나 큰 지청의 차장검사 등 다음 단계 자리는 기껏해야 10여 곳에 불과하기 때문.
관행대로라면 나머지 40여명은 고등검찰청으로 가야하지만 고검에도 이만큼의 자리는 없다. 강 장관은 결국 13일 낮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 호텔에서 한상대(韓相大) 서울지검 형사1부장과 차동민(車東旻) 특수2부장 등 5명의 동기 대표와 이례적인 오찬 모임을 갖고 이들의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 모임은 강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강 장관은 모임이 끝난 뒤 “23회의 경우 인사 대상자가 너무 많아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수별로 다 만나야 하지만 다른 기수들은 (인사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83년 사시 정원이 100명에서 300명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110명이 검사로 무더기 임용된 23회 출신들은 현재도 다른 기수보다 20∼30명이 많아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매년 이들의 인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들의 서울지검 부장 입성을 앞둔 2001년 4월에는 서울지검을 비롯한 전국 10개 지검에 부장 자리 17개를 새로 만들어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는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 장관은 이날 모임에서 사시 23회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법무부의 방침을 전달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부하 검사 없이 단독으로 수사하는 ‘비보직 부장검사제’를 도입해 차장 직속 전결 검사로 일선 지검에 배치하는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
23회 출신의 한 부장검사는 “대검사 제도 등을 도입한다고 해도 초기 정착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강 장관이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