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감독 가이 리치. 출연 제이슨 플레밍, 덱스터 플레처. 1998년 작. 길고 괴상한 제목 (원제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은 방아틀 뭉치와 개머리판, 두 자루의 총열만 있으면 총이 만들어진다는 뜻. 이 단순한 공식처럼, 어리버리한 사람들이 뭘 잃거나 얻어가며 그럭저럭 인생의 가닥을 잡아가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그린 영국 영화다.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인 다섯 패거리가 돈가방과 대마초, 낡은 총 두 자루를 놓고 얽히고 설킨 싸움을 벌인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지만 재기발랄한 구성과 반전으로, 잔혹한 폭력물에 빠지는 위험을 피해갔다. 22명이나 되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도입부에서 헷갈리지만 않는다면 폭소를 참기 어려운 난장판이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기승전결의 순서에 익숙한 시청자보다 카오스의 세계에 익숙한 영상세대에게 안성맞춤일 오락영화다. ★★★
◆순애보
감독 이재용. 주연 이정재, 다치바나 미사토, 김민희. 2000년 작. 멜로영화이지만, 사랑 그 자체보다 서울과 도쿄에 사는 두 남녀의 소소한 일상, 잦은 우연 속에 어떻게 운명같은 인연이 스며드는지를 꼼꼼히 스케치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서울의 동사무소 직원 우인(이정재)은 미아(김민희)를 좋아하지만 냉대만 당하자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서 미아와 닮은 아사코에게 빠져든다. 도쿄의 재수생 아야(다치바나 미사토)는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서 아사코라는 이름의 모델이 된다. ★★★
◆물레야 물레야
감독 이두용. 주연 원미경, 신일룡. 1983년 작. 칸 영화제에 최초로 진출한 한국영화이자 시카고 영화제 촬영상 수상작. 사회제도에 희생당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조선 중엽, 김진사댁의 죽은 이와 혼례하여 청상과부 노릇을 하던 길례는 겁간을 당해 시댁에서 쫓겨난 뒤 윤보를 만나 정을 나누며 산다.
그러나 아이가 없어 윤보는 첩을 들이는데 결국 윤보에게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길례에게 씨내림을 강요한다. 길례는 아들을 낳은뒤 강요된 죽임을 당한다. ★★★☆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