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건방진 천재’ 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며 우쭐대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일본축구대표 출신 마에조노 마사키요(30·안양 LG). ‘천재 미드필더’, ‘울트라맨’ 등의 찬사를 받았던 일본팬들의 우상이 이제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 을 꿈꾸며 달리고 있다. 12일 열린 안양 LG-브라질 리우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에서도 그는 플레이메이커로 나서 프리킥을 전담하며 팀을 이끌었다.
마에조노가 누구인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일본축구 29년만의 본선행을 이끌며 최고스타로 떠올랐던 축구영웅. 그러나 그는 자기 관리를 못해 ‘잊혀진 영웅’이 되어버린 쓰라린 기억도 갖고 있다. ‘스타덤’ 에 오르자 무절제한 생활에 빠져들어 평범한 선수로 전락,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던 것. 브라질 포르투갈을 거쳐 일본으로 컴백했지만 그를 다시 알아주는 팬은 아무도 없었다.
부진 탈출의 마지막 기회로 선택한 곳은 한국. 가깝고도 먼나라였지만 문화가 비슷해 해볼만했다. 그러나 쉽진 않았다. 월드컵 4강을 이룬 한국축구의 수준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지난해 9월 성남 일화의 문을 두드렸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거절당했다. 그래도 다시 안양 2군리그에서 뛰며 ‘선택’ 을 기다렸고 드디어 그의 킥력에 끌린 조광래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1억원의 연봉에 1년 계약. 전성기 때의 10분의1에 불과한 연봉이었지만 그는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한국 특유의 강도 높은 동계훈련도 통과했다. 경남 진주, 유럽 사이프러스와 터키 해외전지훈련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모두 참가했다. 이젠 90% 옛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광래 감독의 눈에 들어 플레이메이커로 뛰며 전담 키커로 나서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마에조노는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아주 진지하다. 이달 초엔 일본을 다녀왔는데 머리를 단정하게 깎고 와 놀랬다. 축구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고 킥이 좋아 전담 키커로 나서기에 충분하다. 이번 시즌에 일을 낼 것” 이라고 말했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불태울 각오입니다. 최소한 2∼3년간 K리그에서 뛰고 싶습니다.”
“다시 일본에 돌아갈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단 K리그에서 멋진 모습 보이겠다. 그러면 또 좋은 일도 있지 않겠나” 라고 말꼬리를 돌렸다. K리그를 속죄 겸 재기의 무대로 삼겠다는 다짐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