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는 장점이 많기보다는 단점이 적은 연주자를 뽑는 경쟁’이라던 한 피아니스트의 말을 때때로 떠올립니다. ‘책의 향기’ 1면 톱기사로 소개할 책을 고르다 보면 ‘너무 모든 면에서 반듯한 책만을 찾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도 때로는 하게 됩니다.
이번 주에도 격조 높은 책이 여럿 선보였습니다.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복잡계 이론을 다룬 교양서가 3∼4년 전부터 다소 많다 싶을 만큼 소개됐다는 점 때문에 선뜻 전면에 내세우기 힘들었습니다. ‘역사서설’은 14세기 아랍이 가진 지적 수준을 충격적일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냈지만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기는 힘들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우리는 몇 주 전 옆으로 밀쳐놓았던 ‘환경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다시 집어들었습니다. 혹 일본인들의 지적 성과물이라는 점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감점시킨 것은 없는가, 대화체로 쓰여졌다는 ‘결함’이 오히려 ‘대중성’ 면에서 평가해야 할 점은 아닌가를 깊이 토의했습니다. 뒤집어 보니 장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특히 80년대 이후 서구 지식계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환경사’를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마지막 선택에 따르는 주저를 없애주었습니다.
책의 향기팀 boo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