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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특검법 수용' 정치권 움직임]靑, 각의 시간 늦추며 고심 거듭

입력 | 2003-03-14 19:29:00


청와대는 14일에도 하루종일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의원총회 직후 오후 4시반경 청와대로 찾아온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로부터 ‘조건부로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건의를 받은 뒤 곧바로 오후 5시부터 국무회의를 열어 특검법안 거부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국무회의에서도 북핵문제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는 의견과 특검 수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사전에 준비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정안’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는 전날인 13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와 특검법을 공포할 경우에 대비해 2가지 내용의 담화문을 미리 작성해 놓았으나 문안은 결론부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똑같았다는 후문이다.

담화문은 ‘특검 수사로 인해 대북거래 부분이 그대로 드러날 경우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될 우려가 있는 만큼 여야 정치권은 초당적 협력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수정안을 다시 통과시켜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한나라당 지도부가 오전 의원총회 직후 ‘특검법을 공포하면서 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적시해주면 신속하게 여야간 협상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협상타결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법안을 수정할 시간이 없는 만큼 앞으로 법안을 수정하겠다는 합의만 이뤄져도 특검법을 수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오후 2시경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과의 접촉 결과를 알리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자 당초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던 국무회의를 오후 5시로 한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농림부 업무보고 이후에는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으로부터 수시로 상황보고를 받으며 특검법안 대책마련에 전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