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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의 경영과 인생]제품가치를 높이려면

입력 | 2003-03-16 18:31:00


제품의 가치는 성능, 디자인, 품질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본보 3월10일자 참조). 따라서 제품의 가치를 높이려면 목표 고객층의 필요와 기호를 탐구, 그에 부합하는 성능과 디자인을 기획하는데 필요한 지식, 그리고 기획된 사양에 따라 제품을 불량 없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식,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전자를 제품 노하우(product knowhow), 후자를 생산 노하우(production knowhow)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자동차를 예로 들어 제품 노하우를 살펴보자. 초창기의 차체(body)는 평면 금속 패널(panel)을 사용하여 만들었으나, 금형과 프레스(press)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관상 이유로 곡면 패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930년대 항공기의 발달로 유선형이 나타나면서 차체에도 (공기역학적 연구의 결과가 아니라) 시각적 이유에서 유선형 설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금형이 노후화되어 다시 깎는 기회에 그 동안 사용해 온 금형을 개선하게 되면서 차체의 형상(shape)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형상변화가 스타일 변화, 더 나아가 차의 모델 변경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경쟁수단으로 사용되었다. 1940년대가 되면서 (차체 각 부분을 독립된 단위로 보던 관점을 버리고) 차체 전체를 하나의 조형물로 보는 시각이 발전했다. 예를 들면, 바퀴에서 튀는 흙을 막아주는 펜더(fender)를 기능주의(functionalism)적 부품으로 보던 관점을 버리고, 차체 앞에서 뒤까지 흐르는 하나의 조형 속에 통합하는 개념이 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된 미국에서 소비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차량의 대형화가 시작되었다. 이때 화물 적재용 공간이 독립, 확장되면서 차체가 엔진실, 승객실, 트렁크실로 3분되는 구조가 나타났다. 1950년대에는 2차대전 후의 베이비붐으로 가족 구성원 수가 증가하고 가족단위로 여가를 즐기는 경향이 생활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차의 후방 천장을 높여서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게 하는 스테이션 왜건(station wagon), RV(recreational vehicle) 등 새로운 설계가 탄생됐다.

1950년대 자동차 경주에 대한 인기가 고조되면서 속도에 대한 기호가 상승하자 고속 엔진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때 고속주행시 소음과 진동의 원인이 되는 푸싱 로드(pushing rod)를 없애고 캠 샤프트를 피스톤 상단으로 옮기는 OHC(Over-Head Camshaft)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 기술은 더 나아가 (가솔린과 공기의) 흡입 밸브(intake valve)를 (종래 하나에서) 둘로 증가시킴으로서 엔진 성능을 높이는 DOHC(Double Over-Head Camshaft) 기술개발로 이어졌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엔진이 커지면서 후드(hood)가 높아지자 이를 낮추기 위해 엔진을 눕혀서 탑재하는 기술도 나타났다. 이것은 기계가 먼저 결정되고 기계를 감싸는 차체가 설계되는 수동적 스타일링 방식으로부터, 외모와 스타일을 살리기 위하여 내부 기계를 변경하는 적극적 스타일링 방식의 탄생을 의미한다. 자동차 설계에서 감성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이성적 가치에 대등하게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는 계속되어 1957년에는 차의 기능과 아무 관계가 없는 (상어 지느러미처럼 보이는) 테일 핀(tail fin)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테일 핀은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으나 기능성과 합리성의 결여로 인하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결국 사라져 갔다.

이상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품 노하우의 발전과정을 자동차를 예로 들어 살펴보았으나 다른 제품의 경우도 본질적으로 대동소이하다. 결론적으로 제품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성적 차원의 가치창조를 위한 기술개발, 그리고 감성적 차원의 가치창조를 위한 디자인 개발 모두가 필요하다. 테일 핀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기능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설계는 오래 가지 못하고 오직 마케팅 차원의 가치에 충실한 설계만이 살아남는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un.ac.kr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