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우승자인 거트 타이스와 2위 지영준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바로 열아홉살짜리 천재 육상선수인 엄효석(19·건국대·73번·사진).
‘한국육상의 꿈나무’인 그는 이날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0㎞부터 20㎞ 지점까지 선두를 유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비록 감독의 지시에 의해 20㎞에서 레이스를 중단했지만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20㎞를 1시간55초로 주파한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건국대 황규훈감독은 “뼈가 굳지 않은 상태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1학년 때는 20㎞, 2학년엔 30㎞까지만 뛰게 하고 3학년 말부터 풀코스에 도전시킨다”고 설명했다.
엄효석은 이날 정확히 20㎞에서 레이스를 중단한 뒤 “힘이 더 남아 있었는데 감독님한테 혼날까봐 그만 뛰었다”고 말했다. 엄효석은 지난해 육상 고교 중장거리를 모조리 휩쓴 유망주. 고교 9개대회 전관왕으로 5000m와 10㎞는 물론, 각종 구간별 마라톤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장학생이기도 한 그는 1m75, 56㎏의 탄탄한 체격에 평상시 맥박이 분당 45회로 전형적인 ‘마라톤 심장’을 갖고 있다.
황 감독은 “무엇보다 스피드가 뛰어난 게 큰 강점”이라며 “중거리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도 보폭이 넓은 롱스트라이드 주법을 갖고 있지만 ‘숏피치’로 전환하기만 한다면 마라토너로서도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별취재반=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