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 의료계 모두가 참여하는 의약분업재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때 의료계의 집단 휴폐업을 주도해 구속되기도 했던 ‘투사’ 김재정(金在正·64·사진)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다시 의료계의 수장으로 돌아왔다.
14일 치러진 제3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씨는 16일 “정부와 대화를 통해 의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경 대립은 정부, 국민, 의협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김씨는 최근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분명 처방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성분명 처방을 실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들로 하여금 현재의 상품명 처방 대신 성분명으로 처방하게 함으로써 약사들이 임의로 같은 성분의 약을 조제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의약계 간에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김씨는 “성분명 처방 제도를 시행한다면 환자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약대 6년제 도입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약대의 6년제 전환 역시 불필요한 재정 낭비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적잖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정부가 우리를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럴 경우 대응방법은 그때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의사의 고유권한인 조제권과 처방권이 훼손당하거나 모든 의사가 개혁 대상으로 치부된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약분업은 김대중 정부의 실정(失政) 중 최악”이라고 평가하면서 “모든 의료문제를 원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김씨가 신상진(申相珍·48) 현 회장을 크게 이긴 것은 현 회장단의 대정부 투쟁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새 회장단은 어떤 형식으로든 대정부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김씨는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5월 1일 취임한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