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21일 개봉되는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만큼 아이러니로 가득한 영화도 찾아보기 어렵다.
관객들은 이 영화의 강렬한 메시지에 공감하거나 아니면 이 영화를 혐오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중립적 입장’에서 관람하기 어려운 ‘논쟁적인’ 영화다 .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의 교수 데이비드 게일(케빈 스페이시)은 사형제도 폐지론자. 그런 그가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함께 해온 동료 여교수 콘스탄스(로라 리니)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사형수가 된다. 사형 집행일을 며칠 앞두고 게일은 시사주간지 기자 빗시(케이트 윈슬렛)를 지목해 3일간의 인터뷰를 자청한다. 자신이 무죄임을 주장하는 게일과의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빗시는 게일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고, 사건의 진상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게일의 과거를 재구성한 화면과 빗시의 사건 취재가 교차되며 진행되고, 게일이 살아온 인생의 전모가 드러날수록 점점 긴장감을 띤다. 우연한 사건 이후 모든 것을 잃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살아가던 게일의 유일한 친구는 동료 여교수 콘스탄스였다. 콘스탄스는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상태다. 그런 콘스탄스를 왜 게일이 살해했을까. 아니, 정말 게일이 살해했을까. 빗시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면 갈수록 영화의 스릴도 함께 고조된다. 각각의 캐릭터를 빈틈없이 소화해낸 케빈 스페이시와 케이트 윈슬렛, 로라 리니의 연기도 영화에 안정감을 준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버디’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로 알려진 앨런 파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사회적 논쟁거리로 만들려는 파커 감독의 방법은 극단적이다.
‘사형수가 된 사형제도 폐지론자’로 시작하는 영화의 아이러니는 뒤로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아이러니를 증폭시키는 반전의 내용을 여기서 일일이 밝힐 수 없지만, 사건 조사를 하던 빗시가 맞닥뜨린 ‘진실’은 신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콘스탄스나 삶에 의욕이 없는 게일처럼 절망적 상황의 사람들이 희망을 위해 ‘순교’한다는 설정은 보는 이를 착잡하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느낌을 준다. 등장인물들의 극단적 희생 정신에 감동을 받을 수도, 아니면 정반대로 ‘사형제도 폐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영화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