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부터 교육정책에 대한 어설픈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윤덕홍(尹德弘·사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이번에는 학제(學制) 개편을 시사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발언 경위=윤 부총리는 15일 한 신문과의 비공식 인터뷰에서 ‘초등 6년→중학교 3년→고교 3년→대학 4년’인 현행 학제를 ‘초등 5년→중고교 5년→대학 3년’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여론 수렴에 나서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초중고와 대학의 교육기간이 현재 16년에서 13년으로 단축되고 교육제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오는 일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윤 부총리는 1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 “갑자기 찾아온 기자와 방담하는 분위기에서 사견을 자유롭게 말했는데 이렇게 보도됐다”며 “실무 검토를 거치지 않은 개인 생각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부총리는 “기존 학제는 50년 동안 유지된 만큼 20년, 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학제 개편을 검토할 시기라고 본다”며 “대학 수업연한을 3년으로 줄이는 대신 각 분야별로 전문대학원제를 도입해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부총리는 “서울대 의대 법대의 전문대학원제 전환, 교사 다면평가제 도입 등 교육개혁을 위한 50∼60가지의 교육 구상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설치될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5-5-3’ 학제가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그냥 내가 생각해 본 것”이라고 말해 교육부 간부들조차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윤 부총리는 “교수 생활을 하다 공직을 맡아 공식 의견과 사견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며 “공인으로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처신해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 교원단체 인사는 “언제까지 해프닝을 지켜봐야 하느냐”며 “개혁성도 중요하지만 방대한 교육행정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학제 개편 가능한가=교육부는 “부총리가 말한 학제 개편은 가히 혁명적인 내용”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동안 입시제도 변경 등 국부적인 교육문제 해결 방법이 한계에 부닥칠 때마다 학제 개편이 거론됐지만 시행되지는 못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6년 교육자문기구인 ‘교육개혁심의회’가 1992년 초등학교 입학자부터 ‘초등 5년→중학 3년→고교 4년→대학 4년’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또 문민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도 현행 3월 학기제를 선진국과 같은 9월 학기제로 바꾸는 방안을 연구했지만 사회 경제적 파장이 너무 커 유야무야됐다.
대학을 3년으로 줄이면 세계적 추세에 비해 수업연한이 너무 짧고 해외 유학시 대학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또 병역문제 등 사회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