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시립장애인복지관장과 그 위탁기관인 광주시 장애인재활협회장이 업무상 횡령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해 관장의 직원 성추문 의혹에서 불거진 이번 사태는 장애인복지관의 전반적 운영문제로 확대되면서 두 사람의 사법처리에 이어 위탁기관 변경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2년 전에도 첨단종합사회복지관 위탁을 둘러싸고 불공정 시비로 잡음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사회복지시설의 위탁과 운영에 관한 시비를 미리 막을 방법은 없을까.
사회복지시설은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구성원들의 복지 욕구 충족을 위해 운영되는 공적 기관으로 1990년대 이후 급격한 성장 추세에 있다. 광주만 하더라도 통상 ‘생활시설’로 분류되는 사회복지시설이 34개소에 이르고 ‘이용시설’인 사회복지관은 22개소에 이른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와 관련된 민간위탁은 아직까지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과 지침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 결여된 법인이나 단체가 사회복지시설을 수탁받거나 운영상의 문제점 노출에도 불구하고 계속 재수탁 받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시설을 민간에 위탁하는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보다 전문적이고 능력있는 법인이나 단체가 효율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의 위탁시스템은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업법이나 보건복지부령, 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장애인복지관 설치운영 조례를 근거로 사회복지시설의 수탁법인을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법규나 조례는 수탁자의 선정 과정이나 기준, 재수탁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불공정 시비를 언제든지 부를 소지를 안고 있다.
광주시와 각 자치구의 경우도 복지시설 민간수탁자 선정 과정에서 적용하는 법규와 조례는 대부분 수탁기관의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선정을 위한 심사기준이나 배점, 심사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상세한 사항들이 없다.
뿐만 아니라 재수탁과 관련된 조항은 아예 없어 한번 수탁받으면 운영을 제대로 하든 그렇지 않든 수탁기간이 연장되면서 거의 ‘소유’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다. 광주 시립장애인복지관 사태는 이런 상황이 낳은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립장애인복지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복지시설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서는 현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 조례를 제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은 전문성과 투명성 객관성이 고려돼야 한다. 이를 위해 위탁심사위원회 구성과 객관적 심사 기준 및 배점 원칙을 정해야 하고 재위탁할 때도 평가위원회의 구성, 고용 승계 등의 규정이 담긴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광주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 조례를 제정해 자선과 시혜라는 미명 아래 무원칙하게 이루어진 위탁행정을 바로잡고 최적의 수탁기관을 선정,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적 운영과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중섭 광주 참여자치21 사회연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