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7일 확정한 뚝섬 숲 조성계획은 2005년 상반기까지 강북 도심에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은 숲이 우거진 대규모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뚝섬 숲은 2005년 말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는 청계천을 비롯해 한강시민공원과 자전거 도로로 연결돼 마땅히 쉴 곳이 없는 도심 시민들에게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이 함께 가꾸는 숲=시는 ‘그린 트러스트’의 개념을 도입해 설계단계 전부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민 나무심기 행사. 개인들은 1만, 3만, 5만, 10만원 또는 30만원 이상의 성금을 내 부지 남쪽의 ‘생태 숲’과 수변(水邊)공원 등에 나무를 심는다. 단체나 기업은 일정 규모의 땅을 받아 숲으로 가꾼다.
시는 기금이 조성되면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등 시민단체와 함께 심을 나무의 종류와 위치 등을 정하고 나무를 대량 구입해 5월 4일 ‘나무심기 축제’를 벌이기로 했다.
또 새로 부모가 된 시민들에게는 ‘탄생의 숲’을 개방, 기념으로 나무를 심고 아이와 함께 크는 나무를 지켜보도록 할 예정이다.
▽체험학습의 요람=시는 뚝섬 숲 개장과 동시에 부지 서쪽 한강변 생태통로에 사슴과 토끼 등을 풀어놓을 계획.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우리 안에서 직접 동물을 만져볼 수 있도록 서울대공원에 의뢰해 사슴 순화훈련을 시키고 있다.
또 2005년 6월 이후 뚝도정수장에 대규모 나비온실을 만든다. 지면보다 6∼8m가량 낮은 정수장 침전지 위에 유리를 덮어 온실을 조성한 뒤 꽃과 나무를 심고 수만 마리의 나비를 날려보내는 것.
이 밖에 가족 피크닉장 위쪽에는 축구장과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등을 만든다. 기존 골프장과 승마장은 더욱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폐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걸림돌은 예산=시가 2001년 말 수립한 ‘문화 관광타운’ 조성계획에 따르면 뚝섬 부지 4만6440평을 민간에 분양, 3610억원을 마련하면 사업비를 충당하고도 940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숲을 조성하기로 함에 따라 많은 예산이 들게 됐다.
시가 산출한 총 사업비는 2510억원. 이 가운데 1996억원은 삼표레미콘 부지 등 사유지 보상비다. 시는 사유지와 역세권 시유지를 맞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토지 보상비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의회를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말 시 예산을 심의하면서 “고건(高建) 전 시장이 시의회와 합의한 ‘문화 관광타운’ 건설계획을 뒤집는 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뚝섬 사업비 3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최희주(崔熙周) 시 환경국장은 “시의원들을 상대로 협의를 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며 “올 추경 편성 때 37억원 정도의 예산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