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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雲]중동지역 진출 한국기업들 초비상

입력 | 2003-03-18 16:41:00


미국이 18일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보냄에 따라 중동 지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동지역 주재원과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한편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유가 환율 급변동에 따른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주재원 긴급 대피〓 최근까지 이라크에 남아있던 국내기업 주재원 4명은 16일을 기해 모두 철수했다. 수출상담회 참석차 18일 한국을 방문한 이선인 KOTRA 중동지역 본부장(두바이 소재)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이 16일 이라크를 떠났다"면서 "주재원들은 주로 요르단의 암만에 대피해 있으며 전쟁이 확산되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등 후방지역으로 계속 옮겨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현지에서는 이번 전쟁이 4∼6주내에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장기전이 될 경우 우리나라의 플랜트, 전자, 섬유 등의 중동 수출이 30%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합상사중 유일하게 이라크에 주재원을 파견했던 대우 인터내셔널은 지난주 직원을 암만으로 철수시켰으며 전쟁이 단기전에 끝날 것에 대비해 바그다드 사무실은 폐쇄하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18일 이라크전 비상대책 회의를 열어 본사와 중동지사들간 비상연락망 가동에 들어갔으며 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중동은 물론 미국, 영국 등 중동인들의 테러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출장을 당분간 금지시켰다.

중동 지역에 많이 진출해 있는 건설업체 직원들도 대부분 후방 지역으로 대피를 완료했다. 현대건설은 바그다드에 근무하던 직원을 철수시켰으며, 쿠웨이트 공사현장에 남아있는 한국 직원 83명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20일전까지 철수시키기로 했다. 쿠웨이트에서 가스공사를 진행했던 LG건설은 한국인 직원 4명중 2명을 귀국시켰으며 전쟁 발발시 남은 2명마저 귀국시킬 예정이다.

▽기업 비상체제 돌입〓 전쟁이 일어나면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OTRA는 이라크전이 6개월 이상 갈 경우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섬유, 가전 등 주요 품목 수출이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동 수출액은 75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6%를 차지했다.

KOTRA 관계자는 "한달여 전부터 중동 수출업체들이 수출선적 보류, 운임보험료 상승, 중동 하역항 폐쇄 등 '3중고'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전쟁이 시작되면 수출 조건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해외마케팅 담당자는 "이라크 전쟁 발발이 임박하면서 수출제품의 선적을 무기한 보류해 달라는 중동 현지 딜러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휴대전화, LCD모니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가전제품의 중동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전쟁이 2개월 이내의 단기에 종료되더라도 이라크 인접국가 매출이 7000만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수출 목표량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연구소의 현오석 소장은 "중동 수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출시장 전체가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그러나 전쟁이 빨리 끝나면 이라크 전후 복구 특수가 생길 것으로 예상돼서 수출경기가 호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