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45 x 52㎝,1990
유리화라는 미개척 분야에 열정을 쏟아 전국 수많은 성당에 스테인드 글라스를 설치한 추상화가 이남규(1931∼1993) 는 한국 서정 추상에서 독특한 영역을 일궜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작품 활동을 대부분 지방(공주) 에서 한데다 오랜 투병생활 때문이다.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대규모 유작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천주교에 입교할 무렵인 50년대 후반 습작기부터 임종을 앞둔 90년대 초까지 유화 대표작 60점과 스태인드글라스 2점 등 작가의 예술 활동의 전모가 소개된다.
그는 장욱진에게 서양화를 배웠다. 196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유리화의 대가였던 조르주 루오의 가족을 만나면서 스태인드글라스 작품을 시작했다. 이어 베니스 비엔날레 회화부문에서 대상(1962년) 을 수상한 알프레드 마네시에와 교류하면서 다채로운 색채의 순수 추상 세계로 들어갔다. 1980년대를 전후로 그는 밝고 맑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게 된다.
1991년 금호 미술관에서 7회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이제서야 그림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던 화가는 전시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쓰러져 2년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색채화가였으면서도 초록 검정 파랑 노랑색 등 서너가지 색만을 사용했던 그는 생전에 “그리는 것은 무엇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남편이 다 살지 못하고, 다 하지 못하고 떠나버린 것 같아 늘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었다”는 아내 조후종씨의 정성어린 준비로 마련됐다. 4월6일까지.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