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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270…1933년 6월8일(15)

입력 | 2003-03-18 18:34:00


우철은 사내아이의 탄생을 알리는 빨간 고추와 솔가지가 끼어 있는 금줄 밑을 지났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올려 마시고는 운동화 끈을 풀고 맨발이 되었다. 두레박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온몸에 물을 끼얹었다. 좍좍 좍좍, 물은 마치 피부의 일부처럼 들러붙어 있는 러닝셔츠 안으로 들어가 등과 가슴으로 폭포처럼 흘러 떨어졌다. 아 시원타! 차가운 물이 단숨에 피부로 스며 근육과 뼈를 식힌다. 그러나 몸을 지나치게 식히는 것은 금물이다. 우철은 젖은 셔츠를 피부에서 떼어내고는 목에 감고 있던 수건을 짜서 몸과 머리를 닦고 툇마루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바지저고리를 입었다.

“아버지!” 미옥이 달려왔다.

“그래, 아버지 다녀왔다” 우철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말했다.

“아버지, 다녀왔어예!” 미옥은 온 몸으로 아버지에게 매달렸다.

“엄마하고 아가야는 어쩌고 있나?”

“모른다. 치, 엄마는 아가야만 안아주고 내는 하나도 안 안아준다”

“그야 할 수 없재. 아가야는 엄마가 안아서 젖도 빨리고 기저귀도 갈아줘야재, 안 그라면 못 산다. 우리 미옥이는 혼자서 밥도 먹을 수 있고, 혼자서 옷도 갈아입을 수 있고, 혼자서 뒷간에도 갈 수 있다 아이가”

“그래도 싫다!”

“미옥아, 다 귀여운 남동생 위하는 기라고 생각하고, 좀 참아라”

“싫다! 내는 남동생 필요없다!”

“그런 말 하면 못 쓰재. 쪼매만 기다리면 누나, 누나 카면서 병아리처럼 아장아장 따라오고, 귀여울 끼다”

“하나도 안 귀엽다”

“그렇게 입 쑥 내밀고 있으면 아버지가 간질간질한다” 우철은 딸은 번쩍 안아올리고는 겨드랑이를 간질였다.

“우후후후후, 아하하하하, 후후후, 그만 그만!” 미옥은 온 몸을 비틀면서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라면 아버지하고 약속하는 기다”

“후후후후, 약속하, 아하하하”

“동생 이뻐할 끼재?”

“이뻐한다, 후후후”

“그래, 우리 미옥이 착하다!” 우철은 딸을 눈높이까지 들어올려 볼을 비비고 꼭 껴안았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