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소식이 전해진 요르단과 쿠웨이트의 분위기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양국 모두 각국 대사관 직원들과 상사원들이 철수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요르단=17일 오후 8시경(현지시간)부터 1시간가량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요르단 암만 인터콘티넨털 이날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를 막 빠져나온 30여명의 서방 기자들이 몰려들면서 방송 장비들과 늦은 저녁을 먹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바그다드 팔레스타인 호텔과 만수르 호텔에는 상당수의 기자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내일이면 대부분 빠져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로열 요르단 항공의 마헤르 마제리는 “18일 오전 11시 바그다드로 갔다가 곧바로 암만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다드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손님이 쇄도하고 있지만 이미 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행기가 바그다드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비행기”라며 “이제 바그다드와 암만을 잇는 하늘의 길은 끊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대사관이 이미 암만에서도 철수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위원회 암만 주재 사무소도 10여명의 비필수 요원들에 대해 암만을 떠나도 좋다고 권고했다. 암만의 한국인들도 대부분 철수한 상태였다.
요르단 정부는 17일자로 미국과 영국 대사관 및 외교관 거주지의 경계를 전날보다 한 단계 높였다.
▽쿠웨이트=“쿠웨이트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민간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을 때 긴급히(urgently) 떠나라.”
17일 쿠웨이트 주재 영국 대사관은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 공격과 테러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자국민들에게 이같이 통보했다. 미 대사관도 대사관의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전원 철수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17일 하루 수백 명의 미국 영국인들이 쿠웨이트 국제공항을 통해 빠져나갔으며 18일에도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졌다. 쿠웨이트에는 8000여명의 미국인과 4000여명의 영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항에서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던 영국인 항공우주 기술자인 데이브 모건은 “영국에 있는 부모님께 돌아간다는 전화도 못했다”면서 “전화는 일단 빠져나간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비무장지대를 지키던 유엔 이라크 쿠웨이트 국경감시단(UIKOM)의 잔류인원 800명도 전원 철수했다.
달지트 바가 UIKOM 대변인은 “이제 비무장지대에는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이로써 91년 4월 이후 12년간 유지돼온 비무장지대는 사실상 소멸됐다.
쿠웨이트에 사는 한국 교민들과 건설사 주재원들도 잇따라 철수, 지난해 말 600여명이던 한국인이 17일 현재 233명으로 줄었다고 쿠웨이트 주재 한국 대사관측은 밝혔다. 앞으로 3, 4일간 60명 이상이 추가 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황이 긴급해질 경우 철수 교민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암만=권기태특파원 kkt@donga.com
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