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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카운트다운]代이은 악연…부시 VS 후세인

입력 | 2003-03-18 19:12:00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갖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줄기차게 이라크 공격 명분을 이렇게 강조했다. 똑같은 발언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도 12년 전 쿠웨이트 땅에서 후세인을 몰아낸 뒤 토해냈다.

이라크 본토에 대한 추가공격을 암시한 아버지 부시의 당시 발언은 유엔이 경제봉쇄라는 고사(枯死)작전을 들고나오면서 빛을 보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내지 못한 것은 공화당 정부가 펼친 중동정책의 최대 오점으로 남았고 이번엔 아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나섰다. 미 공화당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는 이처럼 대(代)를 이은 악연이 숨어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에 이기고도 재선에는 실패했다. 미국의 유럽 맹방이 군사행동을 거드는 등 안팎 여론은 그에게 우호적이었지만 경기 하강기에 치러진 전쟁은 경기를 더 끌어내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등장을 도왔다. 후세인은 그가 백악관에서 퇴장한 뒤에도 흔들림없는 권좌를 과시하며 “결국 우리가 승리했다”고 조소했다.

91년 걸프전에서 부시 대통령은 딕 체니 국방장관-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안보보좌관-콜린 파월 합참의장-노먼 슈워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군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참모진을 거느렸다. 이 중 체니 부통령, 파월 국무장관 등이 남아 있고 아들 부시 대통령이 총대를 멘 만큼 이번 전쟁은 후세인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의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2002년 초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꼽았지만 주 타깃은 이라크였다. 9·11테러의 배후였던 알 카에다와 후세인간의 연결고리도 분명치 않고 WMD의 존재도 의심스러워 국제사회는 등을 돌리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결국 후세인과의 전쟁을 선택했다.

두 숙적은 이번 전쟁에 모든 것을 걸었다. 후세인은 권좌는 물론 자신과 일가의 목숨을 내걸었고 부시 대통령 역시 여기까지 줄달음쳐 오는 동안 부시가(家)의 명예와 재선, 전통 우방과의 외교관계, 중동에서의 미국의 국익 등을 차례로 내걸었다.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지만 부시 대통령이 진정 ‘승리’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전후 수습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