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18일 동아일보가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미(對美)관이나 북핵 문제 해법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지만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이라크 전쟁 지원해야” 과반수=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관련, 설문에 응답한 의원(70명)들은 모두 “전쟁 자체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과반수가 넘는 38명(54.3%)이 비전투병 지원 등 미국에 대한 ‘제한적 협조’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유는 대체로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다. 강봉균(康奉均) 의원은 “국제적 명분은 약할 수 있으나 국익을 생각한다면 온건한 선에서 돕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가치 지향적으로는 반대하지만, 북핵이나 경제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이재정(李在禎) 허운나(許雲那) 의원 등도 비슷한 견해였다.
반면 이강래(李康來) 이미경(李美卿)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 등을 지게 되면 핵문제, 경제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신중한 대처를 주문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은 “한미동맹관계가 중요하지만 세계 여론도 감안해서 좀더 시간을 갖고 판단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논의 중단” 압도적=응답자 10명 중 8명은 다양한 이유로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93년 핵위기 때도 미군철수 주장을 동결시켜 경제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고, 박종우(朴宗雨) 의원도 “이라크 사태, 북핵 문제, 한미 갈등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용태(劉容泰) 박양수(朴洋洙) 의원 등은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재배치할 경우 그 공백을 한국군이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경 허운나 의원 등은 “미국에서 이미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미관계의 재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방적 한미관계는 재조정돼야 한다”는 의견(40%)이 적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52.9%)는 ‘보수적’ 의견이 더 많았다.
한편 ‘한미공조’를 주장했던 의원 가운데서도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북한을 벼랑끝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검법 공포는 동교동계 및 구주류 의원 중심으로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유용태 의원 등은 “민주당의 위상이 떨어져 장차 여야 협상에 장애가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신주류측 의원들은 “상생의 정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왈가왈부할 성격이 아니다”며 노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