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최근 식물성 기름과 경유를 섞은 바이오 디젤이 새로운 대체 에너지로 사용되고 있다. -수원=이훈구기자
김종석씨(54·자영업)는 요즘 운전하는 기분이 확 달라졌다. ‘바이오 디젤(경유)’ 덕분이다. 김씨는 주유소 직원의 소개로 한달 전부터 바이오 디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자동차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김씨는 “매연이 많다고 과태료까지 문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없다”며 “이제는 바이오 디젤만 쓴다”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 시대가 한국에서도 본격 시작됐다. 생물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 연료는 공해가 적고 화석연료와 달리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어 오래전부터 대체에너지로 각광받았다. 바이오 연료는 이미 유럽과 남미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국내에 등장한 대표적인 바이오 연료가 바이오 디젤이다. 바이오 디젤은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과 전북 지역에서 팔리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성과를 지켜본 뒤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신한에너지가 지난달 말 연간 10만t 규모의 바이오 디젤 생산 공장을 완공해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이 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바이오 디젤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다. 콩이나 유채기름 20%를 경유 80%와 섞으면 바이오 디젤이 완성된다.
바이오 디젤은 일반 경유와 값이 똑같다. 제조원가는 바이오 디젤이 더 비싸지만 대체에너지로 인정받아 세금 혜택을 받는다.
국립환경연구원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 디젤을 쓰면 탄화수소가 15%, 일산화탄소가 17%, 황산화물이 20%, 미세먼지가 18% 줄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영재 박사는 “기존 엔진에 바이오 디젤을 넣기만 하면 되며, 외국에서 10년 이상 사용해 본 결과 엔진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폐식용율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장치. 사진제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식물성 기름은 자동차 연료로 쓸 만큼 열량이 높다. 문제는 식물성 기름 특유의 끈끈한 성질이다. 바이오 디젤을 만들려면 식물성 기름에 메탄올을 넣어 커다란 기름 덩어리를 세 조각으로 분해한다. 기름 덩어리가 작아질수록 서로 달라붙지 않기 때문이다.
폐식용유로도 바이오 디젤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해 폐식용유에서 연간 10t 규모의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연구시설을 완공했다.
바이오 디젤은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93년 프랑스가 처음으로 바이오 디젤을 쓰기 시작해 현재 유럽에서 200여만t이 사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2년까지 바이오 디젤을 포함한 바이오 연료의 비율을 현재의 1%에서 20%로 높일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바이오 디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 원증연 계장(환경위생과)은 “올해 말까지 7만5000대의 경유차 중 2만5000대가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도록 바이오 주유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관용차 중 경유차 3500대가 바이오 디젤을 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휘발유 대신 쓰이는 바이오 알코올도 최근 연구가 활발하다. 바이오 알코올을 많이 쓰는 브라질과 미국은 각각 사탕수수와 옥수수를 이용한다. 국내에서는 볏짚, 나무, 폐지를 원료로 쓰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알코올은 술의 원료로 잘못 쓰일 수 있어 사용 여부를 놓고 아직 논란이 많다.
바이오 연료가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홍보도 덜돼 있고, 주유소도 적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박사는 “바이오 연료의 원료인 곡물 가격이 만만치 않고, 주유소도 추가 시설을 갖춰야 해 정부가 환경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바이오 연료가 널리 사용되면 석유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