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라는 동네에 ‘청약률’과 ‘계약률’이 있다.
지난해 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많은 사람이 청약률 계약률과 친해지기 위해 몰려들었다. 까탈을 부리기로 유명한 ‘웃돈(프리미엄)’까지 달라붙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청약률의 인기는 그럭저럭 유지됐다. 자신의 소속사인 건설회사가 ‘바람몰이’를 해준 덕분이다. 그런데 계약률은 환절기 감기에 걸렸는지 시름시름 앓았다. 웃돈도 점점 멀어져갔다.
최근에는 청약률까지 몸져누웠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약률은 “말할 기운조차 없다”고 말한다. 팬(소비자)도 병이 옮을까봐 못 도와주겠다는 태세다.
아파트 분양시장의 최근 동향이 이렇다. ‘높은 청약률〓웃돈’ 공식이 깨진 것은 물론 계약률도 바닥을 긴다.
아파트 청약을 시작하면 건설회사 관계자들은 ‘청약률 수십 대 1’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한다. 종종 사람으로 가득 찬 모델하우스 사진도 보낸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계약률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그나마 하는 말이 미국-이라크 전쟁, 북핵 위기,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이유가 빠졌다는 느낌이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분양가에 대한 설명은 왜 없는지 답답하다.
한 예로 경기 광명시의 분양시장을 살펴보자.
작년 5월 분양된 철산동 ‘롯데 낙천대’ 아파트는 광명시 1순위의 청약률이 평균 1 대 1, 수도권 1순위 청약률은 최고 10 대 1이었다. 평당 분양가는 576만∼619만원이었다.
반면 최근 분양된 ‘현진 에버빌’은 광명시 1순위 청약에서 대량 미달사태를 빚었다. 357가구 모집에 고작 74명만이 신청했다. 수도권 1순위 청약률도 0.8 대 1에 그쳤다.
많은 전문가가 “시장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가 소비자를 내쫓은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주변보다 300만원 정도 높은 1000만원대에 이른다.
광명뿐만 아니다. 건설회사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소비자를 내쫓는 현상은 수도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놓고 하는 말이 “시장이 너무 싸늘해요”다.
소비자는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다. 더 이상 건설회사의 ‘바람몰이’에 휘둘리지 않는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