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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 칼럼]비판언론 없이 참여정치 되나

입력 | 2003-03-19 18:37:00


모든 개혁조치는 올바른 목표 설정과 효과적인 실천 방안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밝힌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그 명칭부터가 정부의 홍보기능 강화 차원에 머물고 있어 방어적이고 시대역행적이다. 이런 낡고 아마추어적인 언론정책이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쟁적 취재활동 막지 말아야 ▼

문화부의 이번 조치는 출입기자를 등록제로 전환해 많은 매체에 개방키로 한 전향적인 조치 이외에는 거의가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출입기자들의 취재활동을 당국자의 브리핑에 의존케 하고 “특종은 쓰레기통을 뒤져 발견하면 써라”고 이 장관이 말한 것은, 언론은 정부가 발표하는 것만 보도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자실 폐쇄와 사무실 방문취재 제한, 개별취재를 위한 공보관 협조와 취재지원실에서의 면담 의무화, 기자들이 미리 알아낸 중요한 정보의 확인 거부, 공무원의 기자접촉시 사후보고 의무화, 취재원 실명제 등은 언론의 자유롭고 경쟁적인 취재활동을 사실상 봉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의 핵심인 정보수집권의 침해로, 문화부가 내세운 ‘개방’ ‘정보공개’ ‘공평’이라는 그럴 듯한 원칙들을 무색케 한다.

문화부는 언론 주무 부서다. 그렇다면 마땅히 행정의 투명성과 한국 언론의 발전을 언론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행정의 투명성을 위해서는 언론의 감시기능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행정권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현대 국가에서는 가혹하리만큼 비판적인 언론이 아니면 정부를 감시 비판할 수 없다. 언론은 정부 정책을 구상, 토의, 결정하고 집행, 평가하는 모든 과정에서 상세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책결정에 있어서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부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는 단순한 국정정보에 대한 접근만이 아니라 참여정치에 불가결한 권리다.

노무현 정부가 당장 손을 써야 하는 것이 공공 정보공개 제도의 획기적 개선이다. 지금의 제도와 관행은 정부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밀실행정을 유지하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작년의 경우 비공개 사례가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 정보공개법 역시 ‘정보비공개법’이라 불릴 정도로 행정관료들이 자의적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애매한 조항이 많다. 정보공개 결정 시한만 해도 미국의 경우 10일이지만 우리는 15일로 되어 있다.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이를 더욱 개악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이에 맞서 4개 시민단체가 독자적 개정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으나 현재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기관의 회의록 작성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공공기관기록물관리법에 의해 국무회의를 비롯한 중앙부서 차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는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되어 있으나 지금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국무회의의 경우 2001년부터 겨우 참석자의 발언요지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회처럼 녹음과 속기록 작성을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행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지름길이다. 말썽 많은 김대중 정권의 대북 비밀송금사건도 법 규정대로 국무회의 심의나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결정하고, 기록을 제대로 해두었더라면 진상규명은 간단할 것이다.

정부기관의 회의를 사전에 예고하고 이를 공개하는 미국식 공개회의법(open-meeting law, 일명 sunshine law)의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 밀실행정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다. 이 법에는 비공개를 인정한 예외규정이 많으나 최근 들어 회의 공개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공공정보 공개 제도 개선 지급 ▼

자유로운 취재를 가로막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기자가 법정에서 취재원을 밝히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이른바 방패법(shield law)을 제정하는 일이다. 이것 없이는 한국 언론이 선진언론으로 발전하는데 필수적인 활발한 탐사보도가 제대로 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의도가 없다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진정으로 노 대통령에게 유익한 언론은 비판 언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