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인 맨하탄’은 결말이 예측가능한 영화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 예측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그렇듯.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워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인 미국 상원의원 후보 크리스토프 마샬(랄프 파인즈)과 푸에르토리코 이민 2세로 맨해튼 특급호텔 청소부인 이혼녀 마리사(제니퍼 로페즈). 인종과 계층을 뛰어 넘은 두 사람의 만남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로 이어진다.
마리사는 호텔 투숙객으로 오해를 받아 고의는 아니지만 자기 신분을 숨긴 채 마샬과 데이트를 한다. 마샬이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나서자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마리사는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하다 기회를 놓친다. 마리사의 정체가 드러나지만 마샬은 그에 대해 진실한 사랑을 표현한다.
‘조이럭 클럽’ ‘스모크’ 등 중국 이민 세대의 애환을 다뤄온 웨인 왕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다는 점이 의외이나, 영화 전반에 하층민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게 흐른다. 마리사가 마샬이 초대한 파티장으로 향하던 날, 동료 청소부들이 그를 위해 드레스와 귀금속을 구해주며 법석을 피우는 장면이 그러하다.
제니퍼 로페즈의 팬이거나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겠지만, 저런 사랑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에겐 뻔한 줄거리다. 원제 ‘Maid in Manhattan’. 12세 이상 관람가, 21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