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한국 교민들은 20일 터진 이라크전쟁을 긴장 속에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 시한을 앞두고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접경 키난 리조트로 긴급 대피한 쿠웨이트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최조영) 직원과 일부 교민들은 첫날 밤을 이곳에서 보낸 뒤 새벽에 개전 소식을 접했다.
쿠웨이트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키난 리조트에는 교민 15명과 최 대사를 포함한 대사관과 무역관 직원 5명 등 20명이 머물고 있으며 개전에 따라 20일 10여명이 합류하는 등 대피 교민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 대사는 “시내 대사관에 2명의 직원이 업무를 계속하고 있으며 본국과의 연락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일단 대피처에서 개전 초기 상황을 지켜본 뒤 대처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과 교민들은 대피 첫날 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새우며 TV를 통해 개전 상황을 지켜보다 전쟁 발발 소식이 전해지자 시내에 남아 있는 교민들과 전화로 연락을 취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키난 리조트에는 쿠웨이트 교민회 지도부가 함께 대피해 교민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교민 및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함께 안전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전쟁을 피해 쿠웨이트를 빠져나가려는 외국인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는 쿠웨이트 국제공항에는 한국 건설회사 주재원들이 눈에 띄었으며 북한 사람들도 섞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SK건설 신철용 과장은 “전쟁이 발발하면 공항이 폐쇄되기 때문에 서둘러 철수하게 됐다”면서 “항공기 좌석을 구하지 못해 인도 전세기에 편승해 일단 뭄바이로 간 뒤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