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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戰爭]미국식 세계질서 재편 성공할까

입력 | 2003-03-21 00:07:00


《미국이 국내외 거센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금세기 두 번째다. 미국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6·25전쟁 걸프전쟁 등 지난 세기에 치렀던 대부분의 전쟁에서 국제 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을 응징한다는 대의명분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스스로 ‘국제 테러 세력들을 지원할 악의 축 국가에 대한 선제공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제적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추진하면서 국민과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국제사회의 승인’ 없이 개전할 수 있다는 완강한 외교 정책을 고수했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해온 미국은 ‘앞으로 닥쳐올 위협을 미리 제거한다’는 새로운 안보전략인 ‘선제공격론’을 들고 나온 것. 이번 전쟁은 이에 입각해 치르는 첫 전쟁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선제공격론에 국제사회는 전쟁축과 반전축으로 갈라졌다. 이 때문에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전쟁 양상에 따라 세계 경제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의도와 장기 전략=이번 전쟁의 목표는 대량살상무기를 유포할 위험이 큰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해체다. 1991년 걸프전의 경우 이라크의 침공을 받은 쿠웨이트 수복이 목표였다.

하지만 미국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와는 달리 진짜 목적은 석유라는 분석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세계 2위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움으로써 앞으로 에너지 수급을 미국의 의도대로 이끌기 위한 장기적 포석의 일환이라는 것. 그동안 친미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슬람 원리주의 바람이 불면서 반미성향을 보이자 대안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은 후세인 정권 해체 후에 군정을 실시한다는 계획까지 수립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 사령관을 군정사령관으로 임명해 일정기간 통치한 뒤 과도정부를 거쳐 민간에 이양한다는 계획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미(親美) 정권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반미 성향이 강한 이란 시리아 등 접경 국가들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식 세계질서 가능할까=미국과 영국의 전쟁 감행은 반전 입장을 취했던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의 사이에 큰 분열을 불러올 전망이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전쟁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유엔의 전쟁 결의는 요식행위로 전락돼 버렸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했던 미국의 지도력과 영향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와 독일을 제치고 중유럽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자체에 균열을 불러왔다. 심지어 미국은 이번 전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엔 무용론까지 들고 나와 어떠한 형태로든 NATO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위상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암만=권기태특파원 kkt@donga.com